‘회사채 블랙홀’ 한전채 1분기 발행액 92% ↑…자금경색 우려 다시 ‘고개’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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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서 한전 대비 신용도가 낮은 일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 규모가 늘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한전·은행채로 수요가 급격히 쏠리면서 일반 기업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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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올해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서 한전 대비 신용도가 낮은 일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미 과도한 한전채 발행으로 일반 회사채로 가야 할 수요까지 한전채가 흡수해 시장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5일 삼성증권 및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전채 잔액은 68조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 말 기준 잔액(37조1300억원)과 비교할 때 약 84%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들어 한전채 발행 규모를 월별로 보면 1월 3조9000억원, 2월 3조2000억원, 3월 5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1분기 총발행량은 12조5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2800억원)보다 92%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한전채 발행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해 회사채 시장을 경색시켰던 구축효과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 규모가 늘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한전·은행채로 수요가 급격히 쏠리면서 일반 기업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
익명의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전으로서는 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전채가 다른 카드채·회사채와 신용도 및 금리가 비슷하다면 당연히 한전채를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은행들이 대출 수요와 당국의 권고를 감안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는 상황이지만, 지금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한전채와 함께 수요를 빨아들이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액 한도는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5배까지다. 경영 위기 해소를 위해 긴급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으로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요금 인상 없이 회사채 발행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하면서 증권사들이 올해 한전 영업적자 추정치를 높이고 있는데, 적자가 커지면 자본금을 그만큼 갉아먹기 때문에 한전채 발행 한도는 줄어든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 추정치는 12조6000억원으로, 기존 예상치였던 8조6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다.
다만 지금은 시장 내 수요가 아직 견조해 한전채 물량이 소화되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개인이나 법인들의 단기성 자금이 은행에서 머니마켓펀드(MMF)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크게 이동했다”며 “MMF·ETF 등이 견조한 채권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한전채 등 공사채의 물량 부담에도 수요를 확보하는 데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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