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Who)의 세상을 믿습니까? 다함께 후~!

2023. 4. 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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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Who)'가 사는 이곳은 하나의 완결된 세상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후니버스(Whoniverse·Who+Universe)라고 부른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의 전환은 후니버스를 구축한다.

작가는 10년 뒤에도 후니버스는 굳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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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사이먼 후지와라 개인전
사이먼 후지와라, Who's Big Identity Deep Dive (Soul Searcher), 2023, 캔버스에 목탄, 종이 콜라주, 200x260x2,5cm [갤러리현대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후(Who)’가 사는 이곳은 하나의 완결된 세상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후니버스(Whoniverse·Who+Universe)라고 부른다. 후의 굿즈를 살 수 있는 샵은 후티크(Whotique·Who+Butique), 후를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은 후겐하임(Whogenheim·Who+Gugenheim), 후의 팬들은 훌리건(Whooligan·Who+hooligan)이라고 불린다.

곰돌이 푸를 닮은 이 캐릭터의 이름은 ‘후’, 전체 이름은 ‘후 더 베어(Who the Bær)’. 어설픈 ‘곰돌이 푸’같다고 무시하면 섭섭하다. 새하얀 털과 황금빛 심장, 긴 핑크빛 혀에 반할테니까. 이미 지난 2021년 이탈리아 프라다 파운데이션에서 전시도 했다. 일본계 영국작가 사이먼 후지와라(41)가 창조한 후의 세상을 맛 볼 수 있는 전시 ‘후지엄 오브 후?(Whoseum of Who?)’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사이먼 후지와라, Once upon a Who? 2022, 애니메이션, 가구, 가변 크기 [갤러리현대 제공]

전시장을 점령한건 피카소와 마티스, 바스키아와 데미안 허스트에 이르는 서양 미술사 아이콘 작업을 레퍼런스한 작품들이다. 모두 ‘후’가 제작한 작품들로, ‘후지엄 오브 후’에 소장됐다는 컨셉이다. 관객들은 이 후지엄에서 20세기 미술사를 훑어보며 여러 걸작을 동시대 후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후가 봤을때, 19세기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성모델들이 의자나 카우치에 나체로 늘어져있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할거 같아요. 여성을 그렇게 대상화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니까요. 그래서 인터넷 시대의 사유로 이들을 업데이트 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젠더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관객에게 윙크를 하며 좀 더 소통을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요” 전시장에서 만난 사이먼 후지와라는 명작을 경유하는 패스티시(pastiche·명백한 모방, 수준이 낮은 베낌)작업들과 콜라주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사이먼 후지와라, Who la la (Body Positive), 2023, 캔버스에 목탄, 파스텔, 125x190x2.5cm[갤러리현대 제공]

과거의 작업을 존중하면서, 오늘날의 사유를 적용코자 했던 작가는 자신의 아바타 격인 후를 개입시킨다. “과거의 명작을 보면서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로맨틱하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적으로 분석하며 모순점을 가지고 놀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정말 모네나 피카소의 작품을 보러 전시에 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모네·피카소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일까요?”

후는 앤디워홀의 ‘젠더’, ‘인종’, ‘성정체성’, ‘계급’라벨이 붙은 캠벨 수프를 넘나들다 마침내 익사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에게는 잡아먹히고, 1980년대 유일한 흑인 작가로 마치 만화 캐릭터 같은 취급을 받았던 바스키아로 변신한다.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모던·컨템포러리 거장들의 작업을 전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성이라는 것이 끝난 이후, 예술이 브랜딩이 되어버린 지금에 과연 어떤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사이먼 후지와라, Who's Identity Soup? (Four Options), 2022, 실크스크린에 목탄, 종이 콜라주, 93x53cm each(4 parts) [갤러리현대 제공]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의 전환은 후니버스를 구축한다. 캐릭터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작가는 10년 뒤에도 후니버스는 굳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캐릭터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 인스타그래머블 한 작품 아래엔 기후위기에 처한, 인종 차별에 위협받는, 혐오가 일상이 된 동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깔려있다. “‘후’라는 단어가 한국어로는 길게 내뱉는 날숨을 표현한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엉망이긴 하지만, 후와 함께라면 괜찮지 않을까? 후~~~”. 전시는 5월 21일까지.

사이먼 후지와라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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