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일본어판, 유족 혐오 수출하나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2023. 4. 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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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3일자 〈조선일보〉에 최원국 도쿄 특파원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이태원 참사가 2001년 일본 아카시시 육교 압사 사고와 비슷하다고 짚는다.

그러나 칼럼이 칭찬한 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충실히 작성된 것은 아카시시 참사 유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덕분이다.

이태원 참사를 맞은 나라의 '1등 신문'이 친절하게 일본어로 번역한 도쿄 특파원의 칼럼은, 오는 7월 참사 22년을 맞는 아카시 유족에게 비수를 던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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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본어판 2월13일자 칼럼. '"안전은 자신들에게도 책임"이라고 반성하는 일본 사회, 사고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한국 사회'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조선일보〉 일본어판 갈무리

2월13일자 〈조선일보〉에 최원국 도쿄 특파원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이태원 참사가 2001년 일본 아카시시 육교 압사 사고와 비슷하다고 짚는다. 그런데 의외의 전개가 이어진다. 칼럼은 “두 나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점이 더 두드러진다”라며, “참사 이후 일본 여론은 ‘경비 당국은 물론 행사 참가자를 포함해 시민들 모두 안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라고 주장한다. 참사 직후 일본 주요 일간지에 실린, “안전에 소극적이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본 시민들의 멘트를 나열하더니, 이태원 참사는 “정쟁의 도구가 돼버렸다”라고 개탄한다.

도쿄 특파원이어서 오사카 서쪽인 아카시시 근처에 가서 취재하거나 유족들이 지난해 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칼럼이 칭찬한 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충실히 작성된 것은 아카시시 참사 유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덕분이다. 축제에 간 사람들을 탓하는 논리는 2005년 민사재판에서 유족이 전면 승소한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최 측이 있는 행사였음에도 주최 측인 아카시시뿐 아니라 경찰의 책임도 인정했다. 아카시시는 매년 사고 날마다 유족을 불러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이태원 참사를 맞은 나라의 ‘1등 신문’이 친절하게 일본어로 번역한 도쿄 특파원의 칼럼은, 오는 7월 참사 22년을 맞는 아카시 유족에게 비수를 던지는 듯하다. 기실 이 신문의 유족 혐오는 세월호 참사 때도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선일보〉 일본어판 사설은 일본 유튜버들이 세월호 유족을 혐오하는 재료로 쓰인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찢어지는 가슴을 기자가 느끼지 못한다면, 그 아픔을 기사로 제대로 옮길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인간적인 기자 모습이다. 아니, 기자로서 실패한 것이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기자 준비생 시절 밑줄 그으며 읽던 책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에 나오는 말이다. 소중한 이를 잃고 세상을 더 안전하게 바꾸고 싶다는 소망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며 나라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묻는다.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자는 누구인가.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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