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세계경제 '황금 시대' 끝"···인구·생산성·투자 위기 '3중고'

김태영 기자 2023. 4.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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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의 암울한 경기전망
2030년까지 연 2.2% 성장 전망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줄어들고
신흥국 투자·노동생산성도 감소
우크라전쟁·인플레로 상황 악화
"무역확대 등 초국가적 노력 필요"
[서울경제]

세계경제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세계은행(WB)의 경고가 나왔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성 저하, 투자 위축이라는 세 가지 성장 저해 요인이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를 만나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세계무역 촉진 등의 ‘초국가적 노력’이 있어야만 이 같은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평균 잠재 경제성장률이 2030년까지 연 2.2%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30년 만의 최저치다. 전 세계 평균 잠재 성장률은 2000~2010년 연 3.5%, 2011~2021년 연 2.6%였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잃어버린 10년이 세계경제에 찾아오고 있다”고 우려했으며 아이한 코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경제 발전의 황금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만 같다”고 평했다.

1981년부터 2029년까지 전세계(World), 선진국(AEs), 신흥국·개발도상국(EMDEs)의 전체 연령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비율. 2023년부터는 전망치. 자료=세계은행
노동력 떠받치는 생산가능인구 비중, 65%서 정체···선진국은 급감 중

세계은행은 “성장률 저하의 절반 이상은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세의 둔화를 주요 성장 저해 원인으로 꼽았다. 전 세계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1981년 59.1%에서 2010년 65.3%로 늘었지만 현재는 65% 전후에서 정체된 상태다. 특히 선진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가파른 고령화로 지난해 63.9%에서 2030년 61.9%로 뚜렷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 여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 시도가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한 것은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각국에 얼마나 큰 경제·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전세계 총요소생산성 상승률. 2000~2010년에는 1.4%, 2011~2021년엔 1%를 기록했고 2022~2030년엔 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세계은행
노동생산성 향상도 ‘글쎄’···美 생산성은 1948년 이래 최대 낙폭

문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노동생산성 향상까지 정체됐다는 점이다. 전 세계 총요소생산성(노동·자본 투입을 제외한 경영 혁신, 기술 개발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상승률은 2000~2010년 1.4%, 2011~2021년 1%, 2022~2030년 0.8%로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는 게 세계은행의 예측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저하와 노동자 처우 변화 등이 선진국·신흥국 할 것 없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일례로 포춘지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전년 대비 4.1% 하락해 1948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구인·구직 업체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으로 임금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해고와 재취업 주기가 단축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권태가 심해졌다”고 짚었다.

투자까지 증가세 둔화···2020년, 중국 제외한 신흥국 투자 -8.2%

생산성 향상의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투자까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투자 증가율은 2000~2010년 평균 9.4%에서 2011~2021년 4.8%로 거의 반 토막 났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여파로 이 지역 투자가 1.5% 감소했으며 중국을 빼면 감소폭이 8.2%로 더욱 컸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공급난, 높은 부채 비율,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정책 때문에 자금 조달 조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복합적 요인 탓에 향후 몇 년간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은행권 불안이 번진 것은 세계경제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또 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글로벌 성장 전망 둔화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면서도 “향후 10년간의 경제성장을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반전’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전 세계 무역 확대 정책, 여성 등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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