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지금을 즐겨라’는 ‘리바운드’ 메시지,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필요하죠”[SS인터뷰]

조은별 기자 2023. 4.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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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에서 강양현 코치 역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영화 속에서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온다. 목표나 꿈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우리에게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실화가 바탕이 된 영화 ‘리바운드’에서 2012년 부산중앙고 ‘연승 기적’의 주역 강양현 코치 역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은 영화의 의미를 이렇게 짚었다.

그가 연기한 강양현 코치는 고교 농구 MVP출신이지만 2부 리그를 전전하다 은퇴 후 모교인 부산중앙고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인물이다. 해체 위기의 모교 농구부에 긴급 투입돼 팀을 유지만 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초보 강코치는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단 6명의 출전선수로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한다.



영화 ‘리바운드’의 한장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평양냉면 좋아하고 MBTI까지 같은 강양현 코치, 외양부터 마음가짐까지 닮으려 노력

실존인물인 강양현 코치 역을 맡은 안재홍은 “강 코치님이 4살 위인 친형과 동갑이다. MBTI도 같고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식성까지 같다”며 “보통 실존인물을 연기해도 가까이 하기 어려운데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분을 영화 속 캐릭터로 연기하는 게 우리 영화의 특별한 지점이다. 관객을 뜨거웠던 농구장으로 모시기 위해 강 코치님과 닮아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몸집을 키웠다. 떡 벌어진 체격의 강 코치와 비슷해 보이기 위해 단 1주일만에 10㎏을 증량했다. 안재홍은 “피자와 갈릭 디핑 소스면 금방 찌울 수 있다. 살찌고 싶은 분들을 위한 맞춤식단도 가능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 코치가 첫 경기에 출전했을 때 어색했던 정장 차림, 특유의 2대8 헤어 스타일, 손목에 차는 팔찌까지도 똑같이 따라 했다.

안재홍은 “강 코치님이 어린 나이에 코치가 되다보니 상대팀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어른스럽게 입고 목소리도 크게 냈다고 한다”며 “그런 모습들을 생생히 표현하고 싶었다. 캐릭터가 구체화되고 디테일 할수록 관객을 더 빨리 스크린 속 코트로 안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외적인 모습이 비슷해지니 실제 부산중앙고에서 촬영 당시 일부 학부모들이 안재홍을 보고 ‘강 코치님 아니냐’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여기에 강 코치 특유의 말투까지 익혔다. 강 코치의 사투리는 관객들이 흔히 생각하는 억양이 강한 경남 사투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나긋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안재홍은 “내가 부산 사람이라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이 영화와 어울리는 사투리는 강코치님의 말투라 생각하고 코치님 특유의 말투가 입에 배게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건 강 코치의 마음가짐이다. 안재홍은 “당시 전국대회에서 전통의 강호들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코치님의 마음을 잘 품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안재홍은 “강 코치님은 선수들에게 자신이 뭘 사랑하는지 알려주고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해줬다. 더 해낼 수 있다고 독려하고 이끄는 모습이 강 코치님의 리더십이다.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선배, 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 안재홍.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슬램덩크’ 팬 안재홍, 장항준 감독 토크쇼 시청 사흘 뒤 ‘리바운드’ 합류…만화같은 전개

만화같은 기적이 영화의 소재가 된 것처럼 안재홍이 영화에 합류하게 된 과정도 한 편의 만화를 연상케 한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장항준 감독이 농구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접한 뒤 “저 영화, 내가 한 번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흘 뒤 ‘리바운드’의 대본을 받게 됐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텔레파시처럼 장감독에게 전달된 셈이다.

장항준 감독은 현장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강양현 코치 못지않은 ‘덕장’이다. 안재홍은 “자신을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을 만나는 게 배우 입장에서 큰 행운인데 장 감독님의 디렉션은 마치 편지 답장을 받듯 간결하고 명확하며 귀에 쏙쏙 박혔다”고 설명했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장 감독 주도로 연출팀과 안재홍까지 총 8명이 보름 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돈독한 관계가 형성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영화 속 강양현 코치의 모습에 장항준 감독의 모습이 배어있다. 안재홍은 “장 감독님의 유머센스 한 스푼을 넣으려고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내가 구축한 캐릭터에 장 감독님의 러블리함이 깃든 모습을 보며 나도 놀라웠다”고 웃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재홍은 열성 농구팬이다. 학창시절 읽은 만화 ‘슬램덩크’가 그의 인생만화로 자리잡았다. 집에는 ‘슬램덩크’ 포스터를, 촬영장에는 ‘슬램덩크’ 만화책 단행본 마지막 권을 부적처럼 들고 다녔다.

그는 ‘리바운드’ 대본에 만화에서 가장 좋아했던 안 감독의 “단호한 결의가 필요해”라는 대사를 써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럼에도 유쾌함을 지킬 것”이라는 한줄을 덧붙였다. 멋진 작품을 기분좋게 전달하고자 하는 안재홍의 바람을 담은 메시지다.

공교롭게도 ‘리바운드’가 개봉하는 5일에는 할리우드 스타 벤 애플랙 주연 농구영화 ‘에어’도 개봉한다. NBA 코트를 밟아본 적 없는 신인 마이클 조던에게 나이키가 농구화 사업의 운명을 걸었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농구붐을 일으킨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같은 날 아이맥스로 개봉하며 다시금 관객을 만난다.

“우연찮게 개봉일도 같다. 하하,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좋은 기운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리바운드’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박진감 넘치는 농구 장면들로 구성돼 있으니 신나면서도 울컥할 것이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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