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허성태 "맡았던 악역 중 사기꾼 노상천이 제일 나빠"
형사 구도한 역 장근석 "30여년 배우 인생에 처음으로 절제된 연기"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오징어 게임'의 비열한 101번 참가자 덕수, '카지노'의 적개심 가득한 서태석, '괴물'의 탐욕에 눈이 먼 이창진 등 센 캐릭터로 존재감을 입증해 온 배우 허성태가 첫 주연작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허성태는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인터뷰 중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허공에 시선을 둘 만큼 낯을 많이 가렸다.
작품 속 모습과 너무 다르다는 말에 "지금이 제 모습입니다. 저 소심해요"라며 "무게 있는 척, 멋있는 척, 싸움 잘하는 척할 때마다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숨고 싶다"고 멋쩍어했다.
'미끼'는 5조원대 사기를 치고 도피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사기꾼 노상천이 잇따라 벌어지는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허성태가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지난 1월 파트1이 공개됐고, 파트2는 오는 7일 공개된다.
허성태는 "인생에서 난생처음으로 크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게 주연배우가 가진 부담이구나 싶다"며 "어떤 작품보다도 제 아이디어가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상천은 역대 최고로 나쁜 놈이다. '미끼' 전에는 맡았던 역할 중 누가 가장 나쁜지 밸런스 게임을 하면 ('밀정'의 일본 앞잡이) 하일수였는데, 지금은 노상천"이라며 "노상천은 불특정 다수에게 큰 피해를 준다. 이 일 때문에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설명했다.
허성태는 '미끼'를 택한 가장 큰 이유로 노상천이 사기를 당하던 동네 건달에서 희대의 사기꾼이 되기까지의 긴 시간을 연기해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배우로서 한 인물의 긴 시간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사업 초창기의 노상천, 위기에 봉착한 노상천, 더 큰 성공을 거둔 노상천 등 5∼6개 파트로 나뉜 노상천이 나와요. 조미료처럼 조금씩 변화를 줬어요. 예를 들어 초반의 노상천은 좀 어리바리한 부분이 있지만, 뒷부분에 가면 화술이 능수능란해지죠."
노상천은 수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사건을 벌인 실존 인물 조희팔을 모티브로 했지만, 허성태는 연기할 때 이를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허성태는 영화 '꾼'(2017)에서도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 바 있다.
허성태는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서 '나(허성태)였으면 어떻게 했을까'에 기반해 연기를 했다"며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평소보다 말을 빨리했고, 목소리 톤도 조금 가볍고 명랑하게 해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다 2011년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30대에 느지막이 배우로 데뷔한 허성태는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왔다. 다만 주로 악역이나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배우로서 한정된 역할에 아쉬움을 느낄 법하지만, 허성태는 지금의 위치에 만족한다고 했다.
"다른 색깔에 대한 갈증은 초반부터 없었어요. (웃음) 악역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잘 된 배우들도 다 너 같은 시기에 악역 많이 했다'고 다독여주셨죠. 그렇게 하다 보니 사극도 들어오고, (악역이 아닌) 다른 역할들도 들어왔어요. 저에게서 다른 모습을 봐주는 감독님들도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허성태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의 길을 걸으며 마음고생도 했지만,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면 힘들었을 텐데, 그 순간만큼 행복할 때가 없다"며 "카메라가 돌아갈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끼'에는 배우 장근석이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강력계 형사 구도한으로 출연한다. 장근석의 드라마 출연은 '스위치-세상을 바꿔라'(2018) 이후 5년 만이다.
아동복 카탈로그 모델로 데뷔해 '아시아 프린스'로 불리며 주로 꽃미남 역할을 맡아온 장근석에게 구도한은 낯선 캐릭터였다.
장근석은 "(연기 인생) 30여년을 돌이켜 보면 에너지 넘치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주로 연기했는데 구도한은 모노톤으로 연기해야 했다"며 "처음으로 절제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하고 싶은 절실한 마음으로 연기 수업도 다시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끼'라는 작품은 저에게 (지금까지의 모습을 깨부수는) 씩씩한 망치질이었어요. 다양한 대본을 받을 기회가 온 게 아닐까 생각해요. (웃음)"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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