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엉뚱 ‘가뭄 처방’에 영산강 물 1160만톤 끌어온다고?
“4대강 물 펌핑해 10km까지”…설익은 대책 내놓은 환경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기후위기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함께 겪고 있다”며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31일 주암댐을 방문한 가뭄 현장에서 한 발언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엉뚱한 ‘가뭄 처방’을 내리니, 일부 언론은 관계없는 근거를 내세우며 박수를 치고, 환경부는 구체적 조사도 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4대강 물을 펌핑해(끌어올려) 최대 10㎞ 거리의 양수장까지 보낼 계획”이라고 했으나, 대상이 되는 양수장 수조차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① 4대강 보는 정말로 ‘방치’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승촌보 상시 개방 그리고 금강의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결정을 내렸다. 현재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영산강은 수문을 일부 열어두는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문을 열어뒀으니(방치) 물이 없고, 그래서 가뭄 대응이 안 된다’는 4대강 사업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럴듯한 논리다.
그런데, 영산강을 비롯한 4대강 16개 보는 정말로 ‘방치’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한 곳에서 강물을 끌어들이는 취수장과 양수장의 운영이 중단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영산강은 보의 수문을 여닫으면서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를 막고, 강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다만, 양수장 물 공급이 지장을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양수 최저수위’를 지키며 수위를 조절한다.
오히려 문제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취∙양수장 99곳을 이설∙보강하면서 취수구 높이를 일괄적으로 보의 관리수위에 맞춰 끌어올렸다. 관리수위는 가동보(수문을 여닫는 보) 수문을 닫아 고정보(수문이 없는 보) 상단까지 물이 차는 수위다.
이렇게 되자, 보의 수문을 열면 물이 빠지면서 양수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상과 수질에 따라 수문을 개폐하자는 취지에서 보를 ‘가동보’로 만든 것이었는데, 취∙양수구를 높이면서 수문을 열 수 없는 ‘반쪽짜리’ 시설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등 분분한 해석이 있다.
2018년 감사원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당시 보 수위에 대한 운영계획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관리수위만 제시한 상태에서 양수장 보완 대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162개 양수장을 조사한 결과, 5곳을 제외한 157개 양수장은 보의 수위를 낮추면 양수장 운영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 사업은 보에 물만 가두는 데 집중했을 뿐, 취∙양수장은 거의 신경 쓰지 않은 무책임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② 조선일보, 영산강 보 열어둬 1560만톤 사라졌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치된 4대강 보 활용’ 발언 사흘 뒤인 3일 <조선일보>는 영산강의 보 개방 후 광주시민이 40일간 쓸 수 있는 물(1560만톤)이 손실됐다고 주장했다. 보를 전부 다 닫았을 때 관리수위와 보 부분 개방 후 저수량을 비교해 이 같은 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현실을 호도한다. 왜냐하면, 강물을 용수로 활용하는 취∙양수장은 앞서 말했듯 줄곧 정상 가동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영산강 취·양수장의 운영은 중단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를 닫아서 ‘보기에 물이 많은 것’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많은 것’은 다르다. 보를 닫아 저류량이 늘더라도 이를 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영산강 보 개방 때문에 마치 당장 사용 가능한 물이 없어진 것처럼 썼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장단을 맞춘 것일까.
③ 영산강서 1160만톤을 정말 확보할 수 있을까?
3일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장흥댐~주암댐에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등의 2단계 기본대책 말고도 4대강 보를 언급했다. 환경부는 “보 수위 상승으로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장관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에 저류된 물이 2308만톤 정도 된다. 이를 관리수위까지 상승시키면 1160만톤 정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1160만톤을 정말 확보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불가능하다. 기존의 취∙양수장은 평상시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 말은 영산강 최근접 지역은 물이 평시대로 공급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먼 거리의 가뭄 지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도수관로 공사를 벌여 먼 거리의 가뭄 지역까지 강물을 보내야 한다.
이런 방법이 시도된 적이 있긴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백제보 하류의 물을 22㎞ 떨어진 보령댐으로 보내는 도수관로가 설치됐다.
692억원이 든 보령댐 도수관로에 대해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익성 지수(PI)를 0.02로 평가했다. 수익성 지수가 1 이상일 때 재무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데, 0.02라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생활∙공업용수 공급량도 운영 전에 견줘 1.1~4.4%, 농업용수는 1.8~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쉽게 말해 돈은 많이 드는데,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15년 4대강 강물을 활용하기 위해 ‘4대강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을 짰다. 수리시설을 보강∙신설하는 데에만 1조913억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혜택을 받는 지역은 전국의 물 부족 농경지 42만2296ha에서 2.9%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저수지 둑을 높이는 등 지역적인 방식이 더 경제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와 관련한 계획은 축소되거나 백지화됐다.
환경부는 영산강 10㎞ 이내 거리에 있는 양수장에 양수 펌프를 이용해 4대강 물을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영산강에서 직접 물을 끌어올리는 기존의 취양수장은 예정대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번 목표는 그보다 조금 먼 지역에 4대강 물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단 펌핑(양수)을 하면, 최대 10㎞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 적합한 양수장이 몇 곳인지에 대해서 환경부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수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 현재 (영산강의) 가용 구간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4대강 물의 수혜를 입는 양수장이 몇 곳인지 추리지 않은 채, 설익은 대책을 장관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설사 10㎞ 멀리 보내도 그 지역 물이 부족하지 않으면 굳이 보낼 필요가 없다.
이번 환경부의 4대강 물 활용 정책으로 직접 가뭄 해갈에 도움 줄 수 있는 양은 아주 적을 것으로 보인다. 1160만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관의 말에 비해 환경부의 계획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고성능 3단 펌프로 강물을 배수해서 10㎞ 멀리 보내는 게 대책의 전부라니? ‘4대강 보 살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장관이 나서 힘주어 발표조차 할 필요가 없는 계획이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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