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4 - 이 시리즈에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시네프리뷰]
2023. 4. 5. 07:01
현실적 개연성은 고려하지 않지만, 액션신과 총격액션의 핍진성에는 충실하다. 총기 거래가 합법인 나라들에서는 영화 속 모든 무기가 ‘존 윅 컬렉션’으로 판매도 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화면에 푹 빠지게 하는 영화다.
제목 존 윅 4(John Wick: Chapter 4)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69분
장르 액션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이안 맥쉐인, 빌 스카스가드, 견자단
개봉 2023년 4월 12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청소년 시절 홍콩 누아르 영화들-예컨대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같은-을 보며 가장 궁금했던 점. 저렇게 총싸움 끝에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면 알려지지 않게 뒤처리가 가능할까.
이번에 공개된 ‘존 윅’ 시리즈의 최신작 <존 윅 4>를 보면서도 그런 ‘상식적인 의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극 초반에 무대로 설정된 일본 오사카 콘티넨털호텔이야 앞서 시리즈에서 설정된 각 도시 콘티넨털호텔처럼 범죄자들이 묵는 특수한 폐쇄 공간이라 그렇다고 쳐도, 극 후반부 파리 개선문을 사이에 두고 도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아무리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라고 하더라도 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이 모두 존 윅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린 청부살인업자는 아니지 않을까. 영화는 그런 개연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못 만든 영화냐, 그건 아니다.
개연성보다는 장르적 핍진성
‘존 윅’ 시리즈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런 현실적인 사정이 아니다. 굳이 장르를 나눠보자면 서브컬처 액션판타지다. 영화 주인공 존 윅은 세계관 최강자다. 세상을 떠난 부인이 남긴 개를 죽인 양아치-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마피아 리더다-에 대한 복수가 첫 편의 주 테마였다면 2편과 3편에 이르러서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최고회의-영화에서는 하이테이블(high table)-에 맞서 싸우는 존 윅의 이야기다. 최고회의는 마피아나 야쿠자, 중국의 삼합회, 이탈리아의 은드랑게타와 같은 조폭 패밀리의 협의체 내지는 지도부를 일컫는다. 이들은 은퇴한 청부살인업자 존 윅을 굴복시키고 죽이려고 하지만 강호의 실력자들을 수십, 수백명 단위로 죽이고 존 윅은 살아남는다.
재미있는 건, 최고회의를 필두로 하는 이 범죄자들의 지하세계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현상금을 거는 한편 이들 사이의 청부거래는 독자적인 금화를 통해 이뤄진다. 각 도시에서는 최고회의가 직접 관할하는 콘티넨털호텔이 있는데, 이 호텔 내에서는 살인한다든가 무기 사용이 금지된다. 이 ‘룰’을 어긴 사람은 가차 없이 멤버십을 빼앗기고, 무자비하게 처형당한다. 이들은 주요 도시를 이동할 때 지하철을 탄다. 이 지하철도 그냥 일반 지하철이라기보다 조폭집단 전용 지하철로 보인다.
일본 오사카, 프랑스 파리 등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편의 지하세계 설정도 매혹적이다. 에펠탑 한가운데 조폭들이 운영 중인 DJ 박스가 있다(실제 에펠탑에 그런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도시의 지하세계를 암약하는 청부살인업자들에게 이들은 존 윅의 현 위치와 그에 붙은 현상금을 공지하며 노래를 튼다. 정작 엔딩크레딧엔 나오지 않는다. 롤링스톤스의 노래 ‘페인트 잇 블랙(paint it black)’의 블랙을 레드, 그러니까 피로 바꾼 노래가 흘러나온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무협물 또는 서부극
회를 거듭하며 ‘존 윅’ 시리즈는 열광적인 팬층을 확보했다. 왜일까. 앞서 이 시리즈는 이야기의 현실적 개연성에 치중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했다. 대신 액션신, 격투와 결합된 총격액션의 핍진성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에 사용되는 모든 무기-권총이나 기관단총, 표창, 이번 오사카 시퀀스에서 강조된 활과 화살까지-는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사용되는 무기들이다. 실제 영화에 등장했던 총기들이 총기가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나라들에서는 ‘존 윅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리에 판매도 되는 모양이다. 여기에 서브컬처 장르영화 특유의 오마주와 레퍼런스가 가득하다. 존 윅의 과거 동료이자 마지막 혈투를 벌이는 맹인검객 케인(견자단 분)은 누가 봐도 맹인검객 시리즈의 원류에 해당하는 <자토이치>(1962)에 대한 오마주다. 오프닝의 사막 추격 장면은 <자토이치>와 같은 해에 나온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노골적으로 인용했다. 시리즈 전편에 걸쳐 영화는 이소룡의 <사망유희>(1978)나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1966)와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무협물 또는 서부극으로 보면 되겠다. 제법 긴 상영시간인데도 끝없이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화면에 푹 빠져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죽이는 영화여서 폭력수위는 ‘매우’ 높다.
존 윅 시리즈 후속편 ‘챕터 5’가 만들어질까
후속편, 그러니까 <존 윅: 챕터 5>도 제작될까.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겠지만 최고회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존 윅의 필사적인 소망은 마침내 이뤄진다. 뭐 더할 이야기가 없을 듯싶은데 시사회를 보고 돌아와 외국 뉴스를 검색해보니 <존 윅: 챕터 5>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영화제작사가 돈을 벌어주는 프렌차이즈를 지레 포기할 리 있겠느냐는 전망이다. 존 윅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이제 남은 건 스핀오프(번외작) 정도일 듯싶은데? 참, 이대로 끝내기에는 수습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지 않나고 생각했는데, 긴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짧은 후일담이 붙어 있다.
시리즈 3편까지 상당한 존재감을 보였던 뉴욕 콘티넨털호텔의 컨시어지 카론은 이번 <존 윅 4>에서 악당 그라몽 후작의 총에 맞아 죽는 것으로 나온다. 후속편이 나오든, 스핀오프가 나오든 카론은 더 이상 출연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카론 역을 맡은 배우 랜스 레딕(사진)이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사망했기 때문이다. 향년 60세. 그의 공식 페이스북을 보면 사망 이틀 전에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새로운 총기규제법에 서명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는 등 건강상 문제는 딱히 없어 보였지만 그의 사인은 ‘자연사’라고 발표됐다. 보통 영화 촬영 중 배우가 사망하면 엔딩크레딧에 짤막하나마 추모 메시지가 붙는다. 이번에는 영화 개봉을 코앞에 두고 사망해서인지 엔딩크레딧에서 사망 사실을 알리는 고지를 찾을 수 없었다.
앞서 <존 윅 5>가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외국 보도를 거론했다. 마침내 시리즈의 대단원이 내려진 것처럼 보이는 영화의 엔딩 장면-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다-을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씹어보면 성당 결투와 회상 시퀀스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야기하지 못한 ‘사연’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호텔지배인 윈스턴이 회고하면서 존 윅과 관계를 ‘지칭’하는 장면도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 역시 그동안 존 윅 시리즈가 뿌려놓고 회수하지 못한 ‘떡밥’ 중 하나가 될 듯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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