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역사 外[신간]
<감정의 역사>
김학이 지음·푸른역사·2만9500원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유럽을 움직이는 거인(巨人)인 독일의 ‘감정사’를 연구한 책이다. 독일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크지 않지만 ‘러시아와 중국’ vs ‘미국과 유럽’의 구도로 국제 헤게모니 질서가 재편되는 이때 독일을 알고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아직 낯설게 다가오는 ‘감정사’는 서양 학계에서도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신생 학문이다. 나치즘을 연구해온 저자는 근대 이후 독일사를 통해 공포, 분노, 기쁨, 차분함 등 독일 내부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제시한다. 예컨대 감정사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규정한다면 ‘혐오’ 정도가 되는 식이다.
독일에서 특히 감정은 곧 도덕감정을 의미했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종교와 감정이 밀접하게 결합해 도덕공동체 수립의 핵심 이념으로 작용했다. 19세기 들어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감정은 경제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이 와중에도 ‘도덕성’에 기반을 둔 감정이 유지돼 생산요소로 작용하는 동시에 독일의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기제가 됐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1970년대 이후 독일 상황에 대한 해석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1970년대 들어 독일에서 심리치료가 의료보험에 포함됐다. 심리 상담 및 치료가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우울증약 등이 처방되기 시작했다. 저자 표현에 따르면 “감정이 제약회사의 화학실험실과 대학의 화학공학에 의해 조절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약으로 조절된 이 시기 독일의 감정은 ‘따스함’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감정이란 덮어놓고 긍정하거나 부정할 것이 아니라 지배와 저항의 차원에서 성찰해야 할 대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르틴 루터의 ‘소교리 문답’, 지멘스 창업자 베르나 지멘스의 ‘회고록’ 등 다양한 사료도 함께 제시한다.
▲갈대 속의 영원
이레네 바예호 지음·이경민 옮김·반비·2만6000원
작가이자 문헌학자인 저자가 고대의 책과 도서관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뒤통수에 문신을 새겨 비밀문서를 운반한 고대의 전령, 최초로 책 분류법을 고안한 칼리마코스 등 역사와 에세이 등을 넘나든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신유진 엮고 옮김·마음산책·1만6800원
이름만 들어도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 생텍쥐페리다. 국내에선 너무도 유명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문장을 들여다보면 낯선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의 작품과 편지 등에서 문장을 고르고 엮어냈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강정선 옮김 페이지2·1만3500원
저자가 인간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지침을 제공한다. 간결하게 쓰인 300개의 잠언은 400년 전 책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쇼펜하우어, 니체 등 당대 최고 철학자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 현실적인 지혜가 담겼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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