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外[신간]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유가영 지음·다른·1만2000원
식판이 기울어 있던 그날 아침. 그는 살았고, 친구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변했다. 도서관 사서가 되려던 그에게 책 읽기는 너무 힘든 일이 됐다. 마음이 고장 난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자해를 시작했다. 대학에 간 뒤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들어갔다. 이겨내려는 노력은 내려놓지 않았다. 과거 도움받았던 스쿨닥터의 마음건강센터에서 인턴을 하며 씨랜드 유족을 만났다. 친구들과 ‘운디드 힐러’라는 단체를 만들어 인형극을 준비했다. 산불 피해지역 할머니들을 위한 사랑방도 운영했다. 아홉 번째 4월, 아직도 문득문득 그날의 후회가 덮쳐온다. 사람들이 두렵고 세상에 혼자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에, 그들을 돕는 좋은 사람들도 있기에 다시 힘을 내 일어선다. ‘세월호 생존 학생이 청년이 되어 쓴’ 이 책이 바로 그 증거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이규식 지음·후마니타스·1만7000원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자 활동가인 이규식의 삶을 구술로 정리했다. 집과 재활원과 공동체에 갇혀 지냈던 그는 노들야학을 만나면서 투쟁가로 변했다. 인생은 다이내믹해도 시종일관 담담하다. 지하철 리프트에서 앞으로 고꾸라져 정신을 잃은 사고에도 ‘어! 나 안 죽었네?’ 하고,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 남들이 “사람이 먼저 타야지” 해도 ‘나도 사람인데…’를 되뇔 뿐이다.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 선로에 쇠사슬로 몸을 묶었는지, 왜 탈시설을 외치는지, 그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내 머릿속 미술관
임현균 지음·지식의날개·1만8800원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 이삭을 줍는 이는 몇 명이고, 등장인물은 모두 몇 명일까. 우리가 생각한 그림과 실제 그림의 차이는 명확하다. ‘과학 하는 미술가’인 저자가 뇌과학을 통해 명화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감정 문해력 수업
유승민 지음·웨일북·1만7000원
눈치를 본다는 건 주눅 드는 느낌이지만, 눈치가 빠르다는 건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자 같다. 인지언어학자가 언어에 부가된 눈짓, 손짓, 암묵적 지식 등을 통해 맥락, 뉘앙스, 상황, 감정을 읽어내는 법을 전한다.
▲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
이강용 지음·클·1만8000원
손이 모자라지만 손을 잡아 안심시켜주고(1부 ‘손’), 늘 땀에 젖어 있는 의료진들(2부 ‘등’). 7년간 ‘레벨 원(가장 위급한 단계)’을 외치며 가장 가까이서 일한 간호사가 사진과 글로 전하는 응급의료 현장 이야기.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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