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외화송금 중징계 임박…은행장 제재는 고심
기사내용 요약
코인 자금세탁 연루에…금감원, 은행에 제재 통지
업무 일부정지·면직 예고…고위 임원도 포함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16조원대의 불법외화송금에 가담한 은행과 임직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본격 추진한다. 그간 금융당국이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온 만큼 은행장에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착수한 불법외화송금 검사를 최근 완료했다. 이는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일당이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로 불법 송금한 데 따른 것이다. 16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무역법인→은행 지점을 거쳐 중국·홍콩 등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은 국내외 가상자산과 불법 외환거래로 시세차익을 노린 일당들을 대거 적발했다.
수사 결과 은행 직원들이 관련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구지검은 우리은행 전 지점장을 포함해 8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또 NH선물 직원 1명을 구속 기소,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특히 일부 은행 지점장은 브로커를 통해 거래실적이 없는 신규 무역회사의 송금계좌 한도와 환율 적용을 우대해주는 방식으로 범죄를 도왔다.
금감원은 외국환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은행들에 대해 기관 제재를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증빙서류 확인 없이 송금을 취급했다거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다. 이같은 불법외환거래에 연루된 금융사들은 국내은행 12개, NH선물 등 총 13개사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이 자금세탁 통로로 이용됐다는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영업점을 포함해 해당 금융사와 관련 임직원에 대해 관련법규 절차에 따라 업무 일부정지, 임직원 면직 등 최대한 엄중 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은행장 등 최고경영진(CEO)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금융당국이 공공성을 근거로 은행에 투명한 지배구조·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온 만큼 은행장을 직접 제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사회적 파장이 큰 '중대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사 대표의 책임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통제 총괄책임자인 대표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해 총괄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금융사 대표 범위에는 은행장뿐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이달 말에 나올 방침이다.
반면, 금융당국이 은행장을 제재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은행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은행 직원들의 범죄 행위가 CEO의 내부통제 관리 부실에 따른 것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관련 법적 근거가 여전히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지배구조법을 개정한다고 했으나, 이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향후 은행장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관해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은행들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중징계를 받자 금융당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금감원이 중징계 근거로 제시한 '내부통제 기준 미마련(지배구조법 위반)'이 사실상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전날 불법외화송금 관련 검사결과 브리핑에서 CEO 제재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다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은행과 임직원에 업무 일부정지, 면직 등 중징계 등을 예고했다. 은행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상외화송금의 규모가 크고 사안이 중요한 만큼 관련 법규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면 은행 본점 고위 임원을 포함해 모두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외국환거래법·지배구조법·특금법·은행법 등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와 관련해 CEO 등 특정 대상을 말하기 어렵다"며 "제재 사전통지를 했지만 현재 제재심이 진행 중이라 대상이나 수위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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