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손발은 잘렸지만 머리는 그대로, 언제나

2023. 4.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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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익숙한 장면이다. 도돌이표다. 손발은 다 잘려 나갔지만 머리는 그대로다. 언제나.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희대의 파문, 100인 사면 사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면을 의결한 지 3일 만에 철회했고, 3일 밤 이에 책임을 지고 이영표 부회장·이동국 부회장·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사퇴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파문에 사퇴라는 방법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앞으로 나서는, 일말의 양심을 가진 축구인이 있다는 것이.

그러나 축구팬들의 분노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누가 봐도 임원들 중 막내급 3인방이다. 축구협회에 들어온 지도 가장 짧은 그들이 침묵하고 방관하고 있는, 오랜 기간 축구협회에 자리를 꿰차고 있는 형님들을 대신에 총대를 멨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자 4일 축구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당연한 과정이다. 그렇지만 축구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니 여기서 끝낼 수 없다. 아직 책임지지 않은 1명이 있기 때문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이다.

정 회장은 여전히 축구협회 임원진 뒤에 숨어 침묵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이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 축구팬들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설마 사과문 달랑 한 장으로 모든 책임이 끝났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손발을 잘랐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머리가 바뀌지 않으면 그 원천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손발은 이름을 바뀐 채 다시 자란다. 정 회장 정권이 3선으로 이어지면서 이 공식은 증명되지 않았나. 임원들은 수차례 교체됐지만, 퇴보하는 축구협회는 그대로다. 더 이상 이런 행태를 축구팬들은 용인할 수 없다.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머리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가 왔다. 정 회장은 뒤로 숨지 말고 축구팬들 앞에 나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방법은 많다. 어떤 방식이든지 축구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을 져야 한다.

머리가 책임지지 않는 이상 이 사태의 후폭풍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정몽규 회장, 이사회. 사진 = 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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