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인 1000만 건 깨졌다···다이먼도 “은행위기 수년 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둔화하고 은행 위기가 수년 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52%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8%, 0.59% 떨어졌는데요. 나흘 간의 상승이 멈췄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33%, 2년 물은 장중 3.82% 선까지 급락했는데요.
당초 호주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동결하고 유럽의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4.6%로 전달(4.9%)보다 낮아졌다는 소식에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1000만 건을 밑돈 2월 구인 보고서 이후 분위기가 꺾였습니다. 침체 우려도 커졌는데요. 유가도 상승세(WTI 0.36%)가 주춤했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뉴욕 지방법원에 출석해 예상대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공소장에서 확인된 혐의만 34건에 달하는데요. 월가의 황제라고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Annual Letter)을 내놓았죠. 오늘은 다이먼의 연례 서한과 구인건수, 금리,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이날 은행주를 흔든 다이먼 JP모건 CEO의 43페이지짜리 연례 서한부터 보죠. 핵심 내용 5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내가 이 서한을 쓸 때도 지금의 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심지어 이것이 지나간 것처럼 보일 때라도 악영향이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위기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 은행이 보수적으로 되면서 분명 금융 긴축 이뤄질 것. 다만 소비까지 줄지는 아직 모르며 이번 위기는 2008년과는 달라”→해석: 뱅크런을 겪은 지역은행의 수익 감소와 대출 축소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회복하는 데 수년 걸려. 위기 끝났다고 생각하면 곤란
② “우리는 아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잠재적으로 높은 금리에 대비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오랫동안 겪게 되면 연준은 최근의 은행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양적긴축(QT)은 완만하거나 1970년대나 80년대 봤던 완만하지 않은 침체에도 장기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게 할 수 있다”→해석: 인플레이션이 견고하게 지속할 가능성 높아. 이 경우 시장 기대와 달리 연준이 은행 위기에도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 존재. 장기금리도 높을 가능성
③ “우리 앞에 놓인 폭풍은 가계 초과저축 연말께 소진과 QT 및 유동성 감소, 높은 재정지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예측 불가능함,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무역구조 변화,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 지정학적 긴장 등이다. 금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럼에도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대규모 지정학적 충돌이나 사이버 공격, 핵 확산, 시장 기능 상실이다”→해석: 리스크 요인 다양하고 많아. 큰 그림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문제가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어. 항상 눈여겨 봐야.
④ “국채금리 역전은 우리가 경기침체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지금의 금리 역전은 앞서 있었던 양적완화(QE)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잠재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있으며 특정 지역의 일부 부동산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같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시장 변동성을 이끌 것이다”→해석: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QE에 장기물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져 금리역전 현상 더 심해졌을 수 있음. 현재로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상업용을 포함한 부동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
⑤ “위험에 대해 너무 오래 얘기하면 판단력 흐려져.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기회도 잊지 말아야. AI 미래에 중요 연구인력 200명 보유. 그린에너지 전환은 연간 4조 달러의 자본지출 필요. IRA와 칩스법과 함께 큰 기회될 것. 20년 뒤 미국의 GDP는 지금의 2배. 미국의 성장 전략·산업정책·소득불평등 해소·포괄적인 글로벌 경제정책 필요”→해석: 리스크만 보면 투자 기회 잃을 수 있어. 균형감을 갖고 시장을 봐야. 그린 에너지 등 이익 낼 수 있는 분야 존재. 미국의 성장 및 글로벌 리더십 필요
이날 다이먼은 은행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습니다. 위기(crisis)라는 단어도 썼죠. 위기 장기화와 고용 둔화 움직임에 지난 주 약간 안정을 되찾았던 지역은행의 경우 이날 퍼스트리퍼블릭뱅크(-5.55%)와 팩웨스트뱅크코퍼레이션(-2.67%), 지온스뱅크코퍼레이션(-4.84%)등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죠. JP모건체이스(-1.31%)와 Bofa(-2.12%), 씨티(-1.31%), 웰스 파고(-2.41%) 같은 빅4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이먼은 “은행과 대출기관이 보수적으로 나가면서 금융긴축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4월1일 기준으로 지출이 전년 대비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것이 소비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는데요. 소비까지 영향을 주면 급격한 경기둔화가 불가피할 겁니다.
그는 최근의 은행권 혼란과 관련해 예금보험 한도 초과 예금과 만기 보유 채권의 문제 같은 대부분의 리스크는 이미 다 알려져 있던 것들이라고 지적한 뒤 “아이러니하게도 규제당국이 은행에 매우 안전한 채권을 보유하라고 권고했으며 심지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와중에도 더 높은 금리의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다만, 다이먼은 지금은 2008년과 상황이 다른데, 2008년에는 △1조 달러 규모 가계 모기지 부실 우려 △금융권의 대규모 레버리지 △패니매이, 프레디맥, AIG 등 대형 금융기관 부실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적은 수의 문제 금융사가 있으며 이슈도 적다고 했습니다. 이는 이번 은행 위기가 2008년처럼 빠른 속도로 번지지는 않되 ‘3분 월스트리트’에서 설명드렸던 대로 천천히 두고두고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뜻인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이먼은 “지금의 QT는 과거 10년 간의 QE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지정학적 위기가 인플레이션 및 QT와 결합하면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했는데요.
그는 “재정지출 증가와 정부 부채 증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와 공급망 재편과 무역구조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높은 금리의 시대로 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최근 이슈를 총망라해 담았는데요.
다이먼은 4월 초 기준 소비지출이 아직 괜찮다고 했지만 이날 경제지표는 고용이 생각보다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미국의 2월 구인건수가 993만1000건으로 집계됐는데요.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블룸버그와 다우존스 집계치가 모두 1050만 건이었는데요. 1월 수치도 1082만4000건에서 1056만3000건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고용은 빠른 금리인상에도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인데요. ‘고용둔화→소비감소→경기침체 가능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용이 약간만 삐끗해도 적절한 경기둔화가 아닌 침체로 갈 수 있죠.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증시가 내린 것도 이 때문인데요.
자발적 퇴사가 14만6000건 증가한 402만4000건, 해고가 21만5000건 감소한 150만4000건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이 보였죠.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부터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아끼는 계획의 일부로 전세계에서 희망자를 받아 5000명을 내보내기로 했는데요. 폴 스튜어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2월 구인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분명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전문직과 비즈니스 서비스가 27만8000개 줄었습니다. 숙박과 음식 서비스가 1월 140만 개에서 2월에 127만5000개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무역과 운송·유틸리티에서 21만 건 쪼그라들었는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시하는 실업자 대비 구인건수도 1월 1.85배에서 2월 1.67배로 낮아졌죠. 2021년 11월 이후 최저인데요.
이렇다 보니 금리선물 시장은 다시 5월 금리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28분 현재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56.3%로 보고 있는데요. 어제는 0.25%p 인상이 57.2%였는데 하루 만에 뒤집힌 겁니다.
다만, 2월 구인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둔화한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 첫 번째 사례로 추가적인 자료가 있어야 연준이 바로 금리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제프리 로치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구인 수가 감소하면서 노동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상 중단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3월 고용보고서가 수치상으로 하락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건데요. 일단 고용지표 예상치를 살펴보죠. 미 동부시간 5일에 나올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3월 민간고용은 21만 개로 전월 24만2000개보다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6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 건, 계속 청구건수는 170만 건으로 전주보다 약간 증가하는 수준입니다.
중요한 3월 비농업 일자리는 24만 개 증가로 전달(31만1000개)보다 줄어들지만 여전히 20만 개를 훌쩍 넘습니다. 실업률도 3.6%로 점쳐지는데요.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이 0.3%로 전달 0.2% 대비 상승하는 것으로 나오죠. 이대로라면 노동시장이 둔화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큰 틀에서는 타이트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브린 캐피털의 선임 경제 고문인 콘라드 데쿼드로스는 “논란 없이 이번 구인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번째 증거”라면서도 “하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봤습니다.
12일로 예정된 3월 CPI 전망치도 아직 높은 수준인데요. 현재 △전월 대비 0.3%(2월 0.4%) △전년 대비 5.2%(6.0%) △근원 전월 0.4%(0.5%) △근원 전년 5.6%(5.5%) 등으로 예측됩니다. 근원 CPI만 해도 여전히 연간 기준으로 4%대 후반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죠.
정리하면, 월가는 2월 구인건수에 연준의 금리인상 동결이 다음 달에 올 것이고 그 뒤로는 금리인하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점치지만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에는 이르기 때문에 금리 부분은 앞으로 나올 자료를 더 봐야 판단이 가능하겠습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전략가는 “최근의 은행 혼란과 유가, 성장 둔화에 주식이 지난해 최저치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지만 위험 자산은 전례 없는 랠리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위험심리가 다시 역전되고 시장이 지난해 최저치를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지금 상황을 폭풍 전 고요에 빗댔습니다.
이날 핌코는 더 빠르고 더 깊은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안정성이 높은 채권을 권했는데요. 핌코는 향후 10년 만기 국채금리 범위를 약 3.25~4.25%로 제시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금리 예측 범위가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월가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52.7%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의 55~58%보다도 낮다고 밝혔는데요. 그만큼 투지심리는 좋지 않다는 겁니다. 제나디 골드버그 TD 증권 선임 미국 금리전략가는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은행권의 스트레스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안전자산인 금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금은 한때 온스당 2042달러로, 2020년 8월의 사상 최고치 2069달러에 근접했는데요.
추가로 미국 전체의 주택가격이 2월에 약간 상승했다는 내용 전해드린 바 있는데, 대도심인 맨해튼의 주택 매매 가격과 거래 건수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부동산 업체 더글라스 엘리만과 감정평가사 밀러 사뮤엘에 따르면 1분기 맨해튼의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매매건수가 2242건으로 전년 2546건 대비 11.9% 감소했는데요. 평균 판매가격은 5% 떨어진 195만 달러, 중앙값은 10% 하락한 107만5000달러라고 하죠.
어쨌든 2월 구인보고서가 예상보다 약하자 시장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내일(5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3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가 나오는데요. 블룸버그는 54.4, 다우존스는 54.3을 제시, 전달(55.1)보다 약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죠. 줄줄이 예정된 고용지표와 함께 서비스 업황이 어떤지 잘 봐야겠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는 매주 화~토 오전7시5분에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생방송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남 납치·살해' 피해자도 코인으로 30억 손실…소송 진행중 사망
- 역대 최고령에 온몸 문신…'보그' 표지모델 된 106세 할머니
- 남편이 두달째 '소개팅 앱'' 접속…이유가 뭘까
- '임신 40주차인데 시어머니가 예배 나오라며 화내시네요'
- '60년대 톱가수' 현미 별세, 자택서 쓰러진 채 발견…향년 85세
- '박명수, 장가 잘 갔네'…한수민 '스벅 재테크'로 100억 대박
- 아이유도 '전화공포증'…전문가의 해법은 [이슈, 풀어주리]
- 파키스탄서 여성 등 20여명 압사…이게 중국 탓이라고?
- 커터칼로 초등생 목 그은 고등학생 긴급체포
- 지수 앞세워 가격 두번 올린 디올…한국서 '역대급' 매출 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