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KPGA 회장 “외형적 성장 이어 내실 다질 것..한국판 우즈 나오길” [SS인터뷰]

조현정 기자 2023. 4. 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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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KPGA(한국프로골프)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예스코 본사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조현정기자] “역대 최대 규모의 시즌으로 진행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반드시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겠다.”

2020년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수장으로 열정적으로 활동해온 구자철(68) 예스코홀딩스 회장 이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가 ‘KPGA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라며 의욕을 다졌다. KPGA 18대 회장으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더 협회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며 연임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예스코사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KPGA와 함께 한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확신과 의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구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신규대회를 창설했고 직접 스폰서들을 찾아나선 덕에 대회 수와 총상금 규모를 매년 늘리며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25개 대회와 총상금 250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KPGA ,중계권 계약 성공적으로 체결한 게 가장 보람..계약가치 5년간 약 300억원+α

구 회장은 지난 3년간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최근 이노션·SBS미디어넷 컨소시엄과 체결한 중계권 계약을 꼽았다. “계약가치는 연간 60억원+α로 5년간 약 300억원+α 규모로, 중계권료를 포함해 신규 대회 유치 조항, 중계 영상 재판매수익 분배와 관련 콘텐츠 사업 등 여러 부가가치를 감안했다. 특히 KPGA 전문 채널을 배정해줘 정말 고마웠다.”

취임후 프로·아마추어 골프대회인 ‘암 프로 오픈’, ‘프로골프구단 리그’, KPGA선수와 초등학생 선수들이 팀을 이뤄 경기하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위너스 매치플레이’ 등 여러 유형의 신선한 콘텐츠를 신설해 골프 팬들의 관심을 이끌고 인기를 높인 덕에 이번 중계권 계약을 통해 KPGA의 가치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특정 기업의 후원에 기대는 게 아니라, 골프를 활용해 KPGA와 함께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하는 카운슬러형 그룹인 ‘아너스K’를 지난 2021년 창설했다. 아너스K는 지금까지 KPGA가 주관하는 총 7개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활동하며 만성적자였던 KPGA 재정에도 큰 도움을 주는 등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해 해왔다.

구자철 KPGA(한국프로골프)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예스코 본사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외형 확장→탄탄한 내실 다지기로

구 회장이 그간 외형적인 확장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KPGA 회장 취임 전부터 KPGA의 팬이었다는 그는 “선수들이 찾아와 남자프로골프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부탁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선수들을 위해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 외형 확장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대회가 늘어나면 선수들이 가져가는 상금액수가 높아질 것이고 방송 등 미디어 노출빈도도 증가할 것 아닌가. KPGA 선수가 대한민국에서 프로선수로서 제대로 대우받기 위해서는 대회 수와 총상금 규모를 늘려야 했다”고 답했다.

취임 첫해였던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대회를 제대로 개최할 수 없었지만 올해까지 총 13개 대회가 신설됐고 총 25개 대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대회 당 약 2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계산하면 총 가치는 무려 500억원이다. 시니어대회인 KPGA 챔피언스 투어도 8개 대회를 만들어 코리안투어 못지 않게 양적·질적으로 성장해 하나의 투어로 가치를 입증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성장에도 KPGA를 대표하는 코리안투어의 일정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늦게 나와 선수들이 일정에 맞춘 컨디션 조절이 어렵고 해외 투어에 비해 대회장 환경이나 선수 예우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구 회장은 이같은 지적에 “그동안 KPGA가 내세울 만한 게 없어 환경자체가 열악했다. 타이틀 스폰서 영입부터 어렵다 보니 대회 장소와 총상금을 확정하긴 더욱 힘들었다”며 “그래도 내가 취임한 이후 점차 일정을 빠르게 발표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더 빠르게 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이어 “그동안 OEM 방식으로 투어를 운영했기 때문인데 이제는 자체 브랜드와 상품을 판매하는 PB방식을 갖춰야 한다.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타이틀스폰서,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과 협업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임의사를 밝힌 것은 양적인 성장에 치중했던 그간의 노력에 질적으로도 내실을 기해 결실을 맺어보려는 의욕 때문이다. 구 회장은 “이제는 투어의 성장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 KPGA 회원들이 중심이 되는 콘텐츠를 발전시키고 싶다. 회원복지 강화, 레슨 프로그램 개발, 유소년 육성, 프로/투어프로 선발전 확대 등 기회가 된다면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임과 관련해 “사실 ‘연임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번 더 하고 싶다’기 보다 주위에서 나의 연임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스폰서, 골프장 등 관계자들을 비롯해 특히 투어 선수들과 골프 팬들의 지지가 크더라(웃음). 안팎의 뜻이 연임을 원한다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구자철 KPGA(한국프로골프)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예스코 본사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될성부른 떡잎’ 남자 유소년 육성 방안 지속적으로 확대

KPGA는 코리안투어를 비롯해 2부인 스릭슨투어, 시니어대회인 챔피언스투어까지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반면 앞으로 한국 남자 골프를 이끌어나갈 유소년 선수들은 줄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실력으로 유소년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구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10~15개 대회 밖에 안 열리다보니 학부모들이 ‘그걸 왜 하나?’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코리안투어가 지금처럼 매년 25개 대회씩 계속 열리고 상금 규모도 커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의 논리에 의해 해결될 것 같다. 프로가 되면 일명 ‘신분상승’이나 ‘입신양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유소년 육성을 위해 KPGA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위너스 매치플레이를 비롯해 2020년부터 중·고교생 남자 주니어들이 출전하는 KPGA주니어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너스K를 활용해 최경주재단에 소속된 골프꿈나무와 KPGA코리안투어 선수들이 동반라운드하는 ‘아너스K 채리티매치’도 신설해 주니어 선수들의 경기운영 능력 향상을 꾀하고 장학금도 준다.

나아가 “스포츠클럽을 통한 유소년 저변확대 사업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어 단계별 성장에 맞는 주니어 골프 장비를 활용해 유소년 스포츠클럽을 조직한 뒤 전국 단위의 주니어대회를 열고 나아가 정기적인 클럽간 리그전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철 KPGA(한국프로골프)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예스코 본사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코리안투어, 세계무대로 가는 교두보 역할할 것..한국의 타이거 우즈, 이사카와 료 기대해

KPGA 코리안투어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일까. 구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더 큰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KPGA는 세계 골프계의 중심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및 유럽의 DP월드투어와 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

‘우리 선수들을 키워서 해외투어로 진출시키면 국내 투어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PGA투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김주형만 봐도 스폰서와 계약 규모가 화제였다. 이런 부분과 그들의 소득이 알려지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본다”며 “코리안 투어 뿐만 아니라 스릭슨투어를 통해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그 선수를 세계 무대로 자연스럽게 내보낼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임성재, 김주형처럼 코리안투어 무대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 선수가 많아야 KPGA의 인기가 살아난다는 얘기였다. PGA투어, DP월드투어와의 MOU를 통해 국내에서 활동 중인 보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루트를 발굴해 코리안투어를 통해 PGA투어에 입성할 수 있는 경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투어 체계가 개편되고 MOU 체결후 KPGA의 위상이 바뀔 것이라며 이에 맞춰 KPGA도 새로운 글로벌 사업을 계획중이라고 했다.

미국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일본의 이시카와 료 같은 대형 스타 선수가 국내 투어에는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스타 인큐베이팅 사업을 염두에 뒀지만 공정한 경쟁의 승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돌을 육성하는 것처럼 KPGA도 그렇게 할 순 있어도 전체 시장을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골프가 좀더 엔터테인먼트화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부분이 많아지면 그때는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미스터트롯’에 열광하는 여성 팬들을 보면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 국내에서는 프로구단들이 소속선수 스타만들기를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타이거 우즈나 일본 야구의 오타니 쇼헤이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면 정말 좋겠다. 실력, 인성 모두 뛰어나지 않나”라고 기대했다.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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