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행동주의 공격에 '난맥상'된 DB그룹
그룹 측은 지주사 요건 관련 의도 없다는 입장
DB 주가 역시 '집안 싸움' 소문으로 급등세
"김준기 지분 매입 과정서 김남호 일부 불만"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DB(012030)그룹이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으로 ‘난맥상’이 됐다.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자회사인 DB하이텍(000990)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주사 격인 DB 역시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DB하이텍의 주가 상승폭을 뛰어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승계가 끝난 줄 알았던 경영권이 변동될 수 있다는 소문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 3만6600원이던 DB하이텍의 주가는 이날 7만7700원에 마감하며 112.3% 올랐다. 3개월여 만에 2배 넘게 오른 셈이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4일부터 2주가 안 되는 기간 동안 DB하이텍은 63.92%(3만300원) 급등했다.
DB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한다는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며 관련 이슈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보유한 자회사 주식이 자산의 50%를 넘는 회사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부여하고 있다.
지주사 요건을 통보받은 뒤 DB그룹은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을 추진했고, 소액주주들로부터 지주사 요건을 피하기 위해 DB하이텍의 주가를 누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주주들의 반발과 정부의 일반주주 보호정책 미확정 등으로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추진을 철회했다. 다만 언제든 다시 물적분할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DB하이텍 주가는 눌려있었고, DB그룹으로서는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DB하이텍은 결국 물적분할을 강행했지만,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하며 주가는 급등했다. 보유한 자회사 주식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DB그룹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DB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 요건을 의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한 바 없으며, 물적분할 추진은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조짐’에…DB하이텍보다 더 오른 DB
그룹 지주사 격인 DB의 주가는 DB하이텍 주가보다 상승폭이 더 크다. 올 초 795원이던 DB 주가는 이날 1885원으로 마감해 올 들어서만 137% 상승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하락했지만, 장중 2045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3개월여 만에 2.5배가 된 셈이다.
업계는 DB의 주가 상승이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16.8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 회장은 기존 11.61% 지분을 지난해 말 15.91%로 늘렸다. 누나인 김주원(9.87%) 부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15.91%)의 지분을 더하면 김남호 회장(16.83%)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누나와 아버지의 합산 지분보다 적은 지분을 가진 김남호 회장으로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준기 창업 회장은 지난 2017년 ‘성추문’에 휩싸이며 자리에서 갑작스레 물러났다가 2021년부터 계열사 미등기 임원에 선임되며 사실상 복귀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KCGI가 김남호 회장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준기 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이 각각 DB하이텍의 지분 3.61%, 0.39%를 가진 것과 달리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의 지분이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내에 고성이 오고 갔다는 소문이 들리는 등 다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김남호 회장과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의 나이 차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김준기 창업회장의 DB 지분매입 과정에서 김남호 회장의 불만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도 ”아버지 입장에서 일부 간섭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80세가 된 어르신이 이미 물려준 경영권을 되찾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산업계보다 투자업계에서 도는 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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