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대출의 역습 [이코노믹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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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유에 대해 장기채권 투자를 하면서 금리리스크와 유동성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S는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연계돼 있기에 30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수시로 중도상환이 일어나기에 조기상환이 가능한 채권(Callable bond)이다.
국내은행은 채권 투자비중이 적고 대부분이 단기채여서 금리리스크 노출은 무시할 수준인 반면, 고정금리대출은 장기 주담대 형태로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데 고정금리 자산인 경우, 채권이건 대출이건 상관없이 공히 금리리스크에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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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의 투자자산 대부분은 국고채와 MBS인데 그 중 70% 가까이가 MBS이고 이 중 95%의 예상만기가 10년이 넘는 장기채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가격변동 폭이 커지기 때문에 SVB가 이번에 큰 손실을 보면서 매각한 채권 중 국채 비중이 제일 컸지만, MBS의 만기가 더 길어서 채권별 손실율은 MBS가 훨씬 컸다. 투자한 MBS 채권에 대한 금리리스크 관리 실패가 더 뼈아픈 이유다
수익률이 높기에 투자를 선호했지만, 저금리 시절 이렇게 만기가 긴 채권을 예금은행이 대책 없이 대규모로 산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SVB가 MBS를 살 때는 채권의 만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MBS 투자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다. 만기가 확정된 일반 채권과 달리, MBS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MBS는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연계돼 있기에 30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수시로 중도상환이 일어나기에 조기상환이 가능한 채권(Callable bond)이다. 계약만기가 30년이라도 실질만기는 5~7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금리 상승시 MBS의 실질만기가 늘고, 하락시 실질만기가 짧아진다는 데 있다. 이 특성이 SVB에게 독이 됐다. 작년 시장금리가 급격히 올라 MBS의 듀레이션(투자상품의 평균상환기간으로 금리민감도를 나타냄)이 길어지면서 이 채권에 대해 엄청난 시가평가 손실을 입는다.
MBS 위험성의 배경엔 기초자산인 고정금리대출의 금리 민감도가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은행을 보자. 국내은행은 채권 투자비중이 적고 대부분이 단기채여서 금리리스크 노출은 무시할 수준인 반면, 고정금리대출은 장기 주담대 형태로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데 고정금리 자산인 경우, 채권이건 대출이건 상관없이 공히 금리리스크에 노출된다.
은행입장에서 금리 상승기에 고정금리대출은 이자를 올려받지 못하니 수익성에 걸림돌이 되는데다, 고정금리기간이 예상보다 늘어나는 것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은행들은 작년 변동금리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 역대 최대의 이익을 냈으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고정금리 쪽 손실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정부의 고정금리대출 비중확대 요구는 더 강해지고 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인해 높아진 정책금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경우 작년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기를 통과하면서 총부채 듀레이션이 현저히 짧아졌다. 금리인상의 수혜를 못 받는 저원가성 예금(비만기성)에서 높은 금리의 정기예금(만기성)으로 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작년 하반기 크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 잡히지 않아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문다면 저원가성 예금의 자금이탈이 계속될 수 있다. 자체 고정금리대출에 대해 특별한 관리 없이도 금리리스크 부담이 덜 하도록 안전판 역할을 해줬던 저원가성 예금만 의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은행들은 예금을 조달해 자체 고정금리대출을 운용하는 전통적 상업은행 모델이 금리리스크 관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SVB는 직접 고정금리대출을 운용하진 않았지만 MBS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고정금리대출을 운용했고, 이에 매칭 조달을 하지 않아 큰 손실을 입었다.
이제 은행들은 자체 고정금리대출은 장기고정금리로 바꾸고 이 대출에 대해선 상업은행 모델에서 탈피해 장부내 자산유동화를 통해 금리, 듀레이션, 유동성을 매칭시켜 조달하는 정교한 금리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커버드본드 형태로 지난 20년간 주금공이 닦아 놓은 장기 콜러블(조기상환 가능한) 본드시장(MBS 시장) 참여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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