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배달플랫폼은 왜 산재 1위 기업이 됐나

김미경 2023. 4.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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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이 주문하신 음식의 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문 배달이 시작되면 고객의 휴대전화 배달앱(애플리케이션) 화면 속에 뜨는 배송 현황 알림 서비스다.

일부 배달 플랫폼 업체에서는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해 이처럼 라이더(배달 기사)의 배송 경로를 고객에게 실시간 제공한다.

주문자는 배달앱 화면을 통해 이동하는 오토바이의 배달 위치를 생중계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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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300쪽|한겨레출판
배달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객님이 주문하신 음식의 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문 배달이 시작되면 고객의 휴대전화 배달앱(애플리케이션) 화면 속에 뜨는 배송 현황 알림 서비스다. 일부 배달 플랫폼 업체에서는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해 이처럼 라이더(배달 기사)의 배송 경로를 고객에게 실시간 제공한다. 주문자는 배달앱 화면을 통해 이동하는 오토바이의 배달 위치를 생중계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플랫폼 산업의 노동 실태를 영화 ‘모던 타임즈’(1936)에 비유한다. 20세기 초 노동자가 마치 기계 부품처럼 소비됐다면, 스마트폰 앱 속 라이더들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데이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책은 ‘난폭 운전’ ‘딸배’(배달노동자를 비하하는 말)라는 단어에 가려져 있는 플랫폼 산업 구조에 대한 고발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야말로 배달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지점이다. 대부분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이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초보 노동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겪는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6~2018년 27명의 청년이 배달 중 사망했다. 이중 3명이 첫 출근날, 3명은 그 이튿날에, 6명은 출근 보름 안에 사망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달료는 라이더를 위험으로 내몬다. 배달 플랫폼들은 접속한 라이더 수와 배달 콜 수, 다음 배차의 유무, 시간과 날씨 등을 실시간 반영하며 배달료를 조정해 노동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주문량이 적고 라이더 숫자가 많은 지역은 배달료를 최저로 낮춰 근무지 변경을 유도하는 식이다. 직접 실험을 통해 알고리즘이 노동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설명해 낸 지점은 의미 있다.

저자는 대형 플랫폼과 대행사, 자영업자와 라이더가 얽혀 있는 탓에 “단순 안전교육과 개념 있는 손님이 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노동법 개정과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을 만든 배달플랫폼기업의 책임을 올바르게 따져 묻자고 제안한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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