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BTS 지민과 백범이 원하는 나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K팝 솔로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우리나라 솔로 가수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것은 K-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민은 팀으로도 핫100 1위에 오른 바 있어 그룹과 솔로로 동시에 1위에 오른 유일한 K-팝 가수가 됐다.
외신들은 지민이 이뤄낸 업적을 앞다퉈 보도했다. 미국 포브스는 "오직 한 명의 한국인이 해낸 결과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프랑스 AFP는 "지민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지민의 핫100 정상 등극은 멤버 진의 군 입대로 BTS의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팀의 건재를 증명한 것이라 눈부시다.
특히 지민의 핫100 1위는 견고해진 세계 대중음악계의 벽을 뚫고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 값지다.
빌보드 핫100은 피지컬 싱글,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성적을 낸다.
빌보드는 지난해 K-팝 거대 팬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1인당 다운로드 유효 건수를 4회에서 1회로 줄였다. 1위 곡 '라이크 크레이지'는 핫100 순위를 매기는 주요지표인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도 경쟁곡들보다 낮았다. 하지만 팬덤 '아미'를 등에 업은 지민은 음원 판매량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정상에 섰다. 전 세계적인 팬 군단을 구축한 BTS에게 장벽은 장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를 정상에 세운 다른 배경은 뭘까. 지민은 팀 내에서도 보컬과 퍼포먼스를 겸비한 아티스트로, 팝 시장에서 선호하는 퍼포머다. '라이크 크레이지'가 현재의 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스팝 장르의 곡이라는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지민의 핫100 1위는 아티스트 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음악과 시대를 읽는 감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K-문화의 빛나는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민이 빌보드 정상 정복에 다시 한번 성공하면서 방탄소년단 휴식기 동안 K-팝의 방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민의 빌보드 핫100 1위는) K-팝 솔로로 거둔 최초, 최고의 기록이자 그룹과 솔로 모두에서 거둔 기록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제 K팝의 저변이 보편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고, 특히 방탄소년단이 그룹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솔로 활동을 통해서도 여전히 K팝 전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라는 걸 증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향후 지민만이 아닌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곡들도 기대된다"면서 "나아가 K-팝에서 아이돌 그룹만이 아닌 솔로 가수들 역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멤버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들의 모범은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제2,제3의 지민과 방탄소년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팝의 선전은 K-드라마와 K-무비, K-푸드, K-뷰티 등 K-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까지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K-문화 열풍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곧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는 학교 수가 일본어를 넘어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지민이 K-팝의 본고장을 또 한번 석권했다는 소식에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원하는 나라'가 머리를 스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100년 전 일본제국주의는 총칼로 다른 나라를 불행하게 했지만, 100년 뒤 K-팝 전사들은 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백범의 소원이 이루어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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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동직 문화체육부장 dj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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