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줄이고 소수정당 기회’ 중대선거구…‘유명인 유리’ 한계

송채경화 2023. 4.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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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이번이 기회다]
②지역구 선출 소선거구 vs 중대선거구
지난 3월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국회의원 정수(300명)의 84.3%(253명)를 차지하는 건 전국 253개 선거구(지역구)에서 각 1명씩 뽑는 지역구 의원이다. 지역구 의원 선출 방법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국회 구성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은 크게 소선거구제, 중선거구제, 대선거구제로 나뉜다. 여야 합의로 국회 전원위원회에 오른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도 큰 틀에선 이와 같은 형태인 △소선거구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세 가지다. 다른 방법이 추가로 논의될 수도 있으나, 일단은 이 세 가지가 토론의 기본 틀이다.

소선거구제는 지금처럼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 1명만 국회의원이 된다. 제도가 단순해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 어려움이 별로 없고, 당선자를 가리는 데도 별다른 계산이 필요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안인데, 민주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구만으로 국회 과반 의석(154석)을 차지하고 있어 소선거구제를 유지해도 그동안 지역구를 다져온 현역 의원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승자독식 제도이다 보니, 낙선자가 받은 표는 모두 ‘사표’로 허공에 사라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지난 21대 총선(2020년)에선 무려 1256만7432표(43.7%)가 사표가 됐다. 소선거구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심의 양당 정치를 고착화시킨다는 비판도 받는다. 자원이 부족하고 인지도가 낮은 소수정당이 거대 정당 후보를 이기고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진보정당이 국회에 처음 입성한 2004년 이후 가장 많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은 7석(통합진보당, 19대 총선)에 불과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가 중대선거구제다. 한 선거구에서 2~4명(2~5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을 뽑는 중선거구제, 그 이상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통틀어 일컫는다. 소선거구제에 비하면 사표가 적고, 비례성이 높다.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가 줄어 소수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제도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 선거구가 넓다 보니 후보자·당선자의 지역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점, 인지도와 지역 내 영향력이 높은 유명인사나 중진 정치인이 유리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아울러, 소수정당의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경우엔 후보를 내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방선거 사례이긴 하지만, 2022년 기초의원 선거에서 3~5인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한 30개 지역구 가운데 12곳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아닌 당 소속 출마자가 없었다. 그 결과 30곳의 당선자 109명 가운데 소수정당 소속은 4명(3.7%)에 그쳤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소도시나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선 선거구를 키워 3~5명씩 뽑자는 내용이다. 굳이 따지자면 중선거구제에 가깝다. 정당들이 대도시 지역구에 복수의 후보를 공천하면, 유권자는 이들 가운데 1명을 선택한다. 득표순으로 3~5명의 당선자가 결정된다.

국민의힘에선 이 제도가 수도권 의석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21대 총선 때 서울에서 42%를 득표하고도 49석 가운데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겨레>에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득표율이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일방적으로 졌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또 다른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은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다. 한 선거구에서 4~7명을 선출하되, 유권자는 정당을 먼저 선택한 뒤 해당 정당이 추천한 복수의 후보자 가운데 1명을 뽑는다. 예컨대 5명을 뽑는 지역구에서 ㄱ당 득표율이 60%, ㄴ당과 ㄷ당 득표율이 각 20%씩 나왔다면, ㄱ당에 3석, 다른 두 당에 각 1석씩을 지역구 의원 몫으로 먼저 배정한다. 그런 다음 각 정당의 후보자 가운데 다득표자 순으로 당선자를 정한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한국선거학회장)는 “지역구의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할당하기 때문에 비례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도권 의석 일부를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지만, 부산·경남 등지에선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서울 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서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선 (서울에서) 국민의힘에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에,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입이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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