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선 그었지만…국회의원 정원 늘리면 안 될까요?

오연서 2023. 4.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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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할 국회 전원위원회(4월10~13일)를 앞두고, 여론의 반대를 이유로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양당 독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의원 정수 증원 논의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소영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갖는 특권에는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 지명 등 그 종류가 많다"며 "의원 정수가 확대되면 이런 특권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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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이번이 기회다]
②국회의원 증원 논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전원위원회 위원장(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촉구 정치학자·법학자 50인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 전원위원회는 전날 첫 회의를 열어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 논의에 착수했다. 왼쪽부터 서휘원 경실련 선거제도개혁운동본부 팀장, 이광택 국민대 법학과 교수, 박상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김영주 부의장,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합뉴스

여야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할 국회 전원위원회(4월10~13일)를 앞두고, 여론의 반대를 이유로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원 정수 증원에 대한 여론의 벽은 매우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의원 정수를 늘려도 된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57%가 ‘줄여야 한다’고 했고, 30%는 ‘현재 적당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양당 독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의원 정수 증원 논의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소영 대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3일 <한겨레>에 “현역 의원들에게 양당 체제는 굉장히 큰 특권인데 이 특권을 잃는 걸 두려워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이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조차 “지금도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원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202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6개 국가 가운데 한국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2483명으로 미국(63만명), 멕시코(21만명), 일본(18만명) 뒤를 이어 4번째다. 그 뒤는 독일(13만명), 프랑스(7만명), 영국(5만명), 스웨덴(3만명) 등의 순서다. 의원 증원을 주장하는 이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야 진료 문턱이 낮아지듯이 의원 수가 늘어나야 유권자와 의원의 접점이 넓어지고 정치 효능감도 커진다고 말한다. 의원 수가 늘어나면 국회의 행정부 견제력도 그만큼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의원 정수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 증가와 특권 확대 우려다. 그러나 이소영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갖는 특권에는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 지명 등 그 종류가 많다”며 “의원 정수가 확대되면 이런 특권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우려를 털어내기 위해 의원 정수 확대와 함께 의원 총세비 동결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연봉이 1억5천만원이다. 국민 평균 소득 대비 4배”라며 “(총세비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 수를) 350명으로 늘리면 의원 1인당 연봉 1억3천만원, 400명으로 늘리면 1억1천만원 등 특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의원 정수 확대는 주로 비례대표 증원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비례대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면면접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응답자의 62.8%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유권자들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보고 직접 이들에게 투표할 수 있는 개방형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게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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