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 보이스로 1960년대 풍미… 은퇴 없이 ‘천상무대’로 [뉴스 투데이]

엄형준 2023. 4. 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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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스타'에서 '국민 가수'를 거쳐 '원로 가수'까지, 4일 별세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는 그의 바람대로 마지막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한국 가요계의 별이었다.

'밤안개'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애인' '두 사람' '몽땅 내 사랑' '별' '왜 사느냐고 묻거든' 등 많은 히트곡을 낸 '영원한 디바' 현미가 처음부터 가수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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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원조 디바’ 현미 별세
평양출신 실향민… 미8군 무대서 데뷔
작곡가 이봉조와 콤비로 전성기 누려
‘보고싶은 얼굴’ 등 숱한 히트곡 남겨
“목소리 안 나올 때까지 노래할 것”
80세에도 신곡 발표… 후배들에 귀감
“열정 존경… 큰별 떠났다” 가요계 애도

‘미8군 스타’에서 ‘국민 가수’를 거쳐 ‘원로 가수’까지, 4일 별세한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는 그의 바람대로 마지막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한국 가요계의 별이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날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큰 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슬프다”며 “(고인은) 친구 같은 선배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인에 대해 “후배들이 존경할 수 있는 선배였고, 노래에 대한 열정은 후배들이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현미의 남편 고(故) 이봉조의 곡 ‘안개’로 인기를 얻은 후배 가수 정훈희는 현미를 “연예인 ‘끼’를 타고난 가요계 왕언니”로, 혜은이는 “따뜻한 선배”로 기억했다. 혜은이는 “1980년대 야간 업소에서 공연할 때 자주 뵀는데 잘 챙겨주셨다”며 “용감한 내면을 갖고 계셨고, 늘 노래를 파워풀하게 부르셔서 후배 가수로서 참 부러웠다. 건강하고 활발한 선생님이셨는데 (비보를 듣고) 너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밤안개’ ‘내 사랑아’ 등 많은 히트곡과 함께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가수 현미(85·본명 김명선)가 4일 눈을 감았다. 고인의 생전 공연 모습. 뉴스1
‘밤안개’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애인’ ‘두 사람’ ‘몽땅 내 사랑’ ‘별’ ‘왜 사느냐고 묻거든’ 등 많은 히트곡을 낸 ‘영원한 디바’ 현미가 처음부터 가수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무용을 배우다 우연히 돈을 벌기 위해 미8군 무대에 섰고, 당시 출연진이 펑크를 내면서 노래까지 부르게 됐다. 한 번의 우연한 기회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미의 음악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남편 이봉조(1931∼1987)씨다. 현미는 이봉조와 20대 미8군 가수 시절 처음 만나 뜨겁게 교제했고, 쇼단 단장이 이들을 갈라놓으려 하자 미련 없이 쇼단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현미는 추운 겨울 미군 트럭에서 이봉조가 장갑을 벗어 발에 씌워줬다는 일화를 밝힌 적이 있다. 두 사람은 3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다만 법적 부부 사이는 아니었다.

현미와 이봉조 콤비는 1960년대 가요계 ‘환상의 짝꿍’으로 1962년 첫 독집 음반을 필두로 숱한 히트곡을 배출했다. 데뷔 음반에는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를 비롯해 이봉조 작곡 또는 작사의 ‘밤안개’ ‘슬픈 거리를’, 길옥윤 작곡의 ‘내 사랑아’ 등이 수록됐다.
2007년 11월 6일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던 가수 현미와 남편이었던 故 이봉조 작곡가와의 약혼사진. 연합뉴스
음반 타이틀곡은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였지만 당시 냇킹콜의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It’s A Lonesome Old Town)을 번안한 ‘밤안개’가 크게 히트하면서 타이틀곡을 바꿔 재발매하기도 했다. 이 곡의 번안 가사는 현미가 썼다고 한다. 현미는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가수로, 첫 밤안개 녹음 당시 목소리가 너무 커, 마이크에서 멀찍이 떨어져 노래했다는 일화가 있다.

‘내 사랑아’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길옥윤이 현미·이봉조 커플이 잘 어울린다며 준 선물이다. 이후 패티킴이 리메이크하면서 크게 히트했다.

현미는 TBC방송에서 한명숙, 최희준, 위키리, 이금희, 김상국, 유주용과 함께 7명의 전속 가수로 활동했다.

현미는 1960년대 이봉조와 함께 밤무대와 방송 활동을 함께하며 전성기를 구가했고, 자가용 차량이 귀하던 시절 ‘연예인 마이카족 1호’라는 영예도 누렸다.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사진은 1998년 4월 9일 중국 장춘의 한 호텔에서 울면서 이야기하는 동생 김길자씨의 눈물을 닦아주는 현미 씨. 연합뉴스
현미는 2000년대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노래에 대한 열정도 여전했다. 2017년 우리 나이로 80세의 나이에도 신곡 ‘내 걱정은 하지 마’를 발표했다. 현미는 2007년 데뷔 50주년 기자회견에서 “목소리가 안 나오면 은퇴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은퇴 없는 영원한 디바로 남게 됐다.

현미는 북한 평양 출신 실향민으로 어린 시절 김일성 앞에서 어린이 대표로 노래하고 헌화할 정도로 일찍이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1981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현지 파티에 참석해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이봉조와의 사이에 아들 둘(이영곤·영준)이 있다. 가수 원준희가 현미의 둘째 며느리이며, 가수 노사연과 배우 한상진이 그의 조카이다. 빈소는 서울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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