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도권 전세시장… 지방보다 낙폭 커 전세보증 사고 위험도↑

오은선 기자 2023. 4.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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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일대 시세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금액을 낮춰야 계약이 될텐데, 집주인은 전세가격을 내리기는 커녕 연락도 잘 안되고 있다"며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도 못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3년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동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수도권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고 크게 내렸기 때문에 전세가격도 같은 패턴으로 가는 것"이라며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질수록 전세가율이 높았던 연립과 다세대 주택들의 소유주들이 '역전세'를 겪다 못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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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택 전세가격 9.4% 떨어질 때 수도권은 13% 하락
전세보증 사고 건수·사고금액 90%가 수도권에 집중
“매매가격 하락폭 큰 지역일수록 전세가격도 크게 떨어져”

#경기도에 사는 빌라 전셋집 임차인 A씨는 지난해 12월 임대인에게 계약연장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최근 주변 전세 시세가 많이 내려가 새로운 전셋집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 B씨는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B씨는 A씨의 전세보증금인 3억원 그대로 인근 부동산에 전셋집을 내놨다. 계약 기간이 지났지만 다음 세입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일대 시세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금액을 낮춰야 계약이 될텐데, 집주인은 전세가격을 내리기는 커녕 연락도 잘 안되고 있다”며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도 못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세시장의 가격 하락폭이 지방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 사고도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의 상승 하락과 비슷한 비율로 동반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수도권일수록 매매가격의 등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2022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수도권이 13.0% 떨어졌다. 경기(-14.1%), 인천(-13.7%), 서울(-11.2%) 순이다. 전국 기준으로는 9.4% 하락한 가운데 세종이 유일하게 18.9% 떨어져 지방에서 하락폭이 컸고, 기타 시도는 3.2% 하락에 그쳤다.

전세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전국 주택 전세지수도 2년 전인 2021년 1월 지수보다 낮아졌다. 이 역시 전국이 4.8% 하락한 가운데 수도권이 7.8%, 지방이 1.9% 떨어지면서 수도권에 소위 ‘역전세’ 위험이 커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보증사고도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3년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사고율은 인천(14.5%), 서울(7.9%), 경기(6.5%) 순으로 높았다. 사고건수와 사고금액의 역시 서울 299건(766억원), 경기 344건(864억원), 인천 356건(653억원)으로 90%가 서울과 경기, 인천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보증사고는 대부분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발생하고 사고율 역시 보증보험을 가입한 경우만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어려움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 전세가격 하락폭이 큰 이유는 수도권의 매매가격의 하락폭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방은 그동안 매매가격이 덜 올랐기 때문에 상승폭도 하락폭도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이 1% 떨어질 때 지방은 0.4%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하락할수록 전세보증금 사고가 일어날 확률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3년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동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수도권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고 크게 내렸기 때문에 전세가격도 같은 패턴으로 가는 것”이라며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질수록 전세가율이 높았던 연립과 다세대 주택들의 소유주들이 ‘역전세’를 겪다 못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나 연립의 경우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 정부 모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허 연구위원은 “올해 2분기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은 계약전 다양한 내용을 확인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정부는 미시적인 정보제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본금 확충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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