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시도도 안한다… 풀리지 않는 건설사 회사채 투자심리
GS건설 꼼수 증액 논란에 이어 신세계건설도 미매각
건설사 회사채 포비아 이어져
건설사 회사채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고금리와 업황 악화에 따른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 등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 때 10%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해도 미매각 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달에는 아예 수요예측이 나서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과 3월 HL D&I(BBB+), 한신공영(한국기업평가 BBB+‧한국신용평가 BBB), 신세계건설(A)이 미매각된 데 이어 이달에는 아예 수요예측에 나서는 건설사가 없다. 회사채가 미매각되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발행 주관사인 증권사가 미매각분을 떠안아야 하는데 이런 부담을 피하려고 아예 발행 주관을 피하려는 증권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과 3월 중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한 곳은 HL D&I(BBB+‧2월 3일), SK에코플랜트(A-‧2월 15일), 현대건설(AA-)‧한신공영(BBB+‧BBB)(2월 20일), GS건설(A+‧2월 22일), 신세계건설(A‧3월 28일) 등 6곳이다.
이 중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곳은 SK에코플랜트(A-)와 현대건설뿐이다. 현대건설은 AA급 이상 우량채이기 때문에 비우량 회사채 중 수요예측에 성공한 곳은 SK에코플랜트가 유일한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2월 16일 총 1000억원 모집에 5080억원이 몰렸고, 현대건설도 2월 20일 총 1500억원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에 32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월 22일 1500억원 조달을 위해 수요예측을 했던 GS건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주문받은 금리를 무시하고 낮은 금리로 1000억원의 증액 발행을 추진하려다 시장에서 수요예측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1500억원만 발행하기로 했다. GS건설은 건축 부문 아파트 시공능력평가 국내 1위(국토교통부 기성액 기준)업체인데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다 망신을 당한 셈이다.
HL D&I, 한신공영, 신세계건설은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미매각분을 산업은행과 발행 주관 증권사가 인수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800억원을 조달하려 했는데 수요예측에서는 100억원어치 주문만 받았고 나머지 700억원은 산업은행(500억원)과 주관사인 NH투자증권(200억원)이 나눠 인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건설사 중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라고 해도 신세계그룹에 속한 건설사인데 이렇게까지 참패할지는 몰랐다”라고 했다.
이달에는 아예 건설사 회사채 수요예측이 없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쉽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관계자는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받긴 하지만 미매각이 나면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맞을까봐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려는 증권사들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HL D&I나 신세계건설처럼 산업은행이 미매각분을 인수해준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산업은행은 ‘회사채‧CP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미매각이 발생한 기업이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 회사채를 인수한다. 신청 자격은 신용등급 BBB 이상, 만기 3년 이내다. 그러나 모든 신청 기업이 미매각분을 떠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서 인수할 만한 채권만을 선별한다”라고 말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신용도나 자금상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건설채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달 중 건설업과 관련된 기업인 쌍용C&E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총 1000억원(1년 6개월 300억원+2년 700억원) 규모 발행을 추진하는데 발행 예정일은 14일이다. 지난달 29일 같은 업종의 한일시멘트가 총 600억원 모집에 3240억원의 주문받으며 목표 금액의 5배가 넘는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방 산업인 건설업에 대한 우려에도 쌍용C&E 수요예측이 미매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전방 산업인 건설업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시멘트 산업은 제조업 특유의 안정성이 있는 곳이기에 무난하게 수요예측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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