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유치 놓고 경남·충청권 ‘우주전쟁’ 조짐

입법예고된 ‘특별법안’ 국회 제출 앞두고 공방

경남, 대선 공약 근거로 “생산 거점 사천 설치” 기정사실화
대전·충청 “연구개발 거점·독립성 강화” 대안 입법 추진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놓고 경남과 대전·충청권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가 사천에 우주항공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충청권이 대통령 직속 범부처 우주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우주항공청특별법안이 아닌 대안법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경남에선 대안입법이 우주항공청 설립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입법예고한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우주항공청특별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일쯤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특별법안’에는 우주항공청 설치, 전문인재 확보, 조직 기능 등이 담겨 있다. 조직 형태는 과기정통부 산하 차관급 기관으로 운영된다.

과기정통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내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할 계획이다. 특별법안에는 우주항공청 입지(위치)는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120대 국정과제에는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대전·충청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산하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입법(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안입법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산하에 우주전략본부(가칭)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장관급 기구를 신설함으로써 범부처 거버넌스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국회의원(대전 유성갑)은 동료 의원 21명의 서명을 받아 대안법안을 이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조 의원 측은 “우주산업 분야를 총괄하는 독립된 범부처 우주전담기구를 만든 다음에 어디에 설립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우주항공청특별법안과 대전·충청권의 대안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병합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우주항공청특별법안을 놓고 우주항공 생산거점인 경남권과 연구·개발거점인 대전·충청권의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회 과방위 위원 간 의견 조율에 실패해 5월 국회 통과가 어려워진다면 법 시행을 위한 나머지 일정이 모두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는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8명, 무소속 1명 등 모두 20명이다.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무소속 5명이 대전·충청권 의원들이다. 반면 경남지역은 하영제 의원(사천·남해·하동) 1명뿐이다. 하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경남도의 고심이 깊다.

경남도는 지난달 29일 경남을 방문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국내 우주항공산업 생산의 70%를 책임지고, 관련 기업의 62%가 집적해 있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과 사천시민참여연대, 사천시 기관단체장협의회도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 또는 특별법 원안 조기 제정을 촉구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대안입법으로 우주항공청 개청이 지연되거나 제구실을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우려가 현실화하면 경남도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특별법과 대안법안이 상충하는 내용이 있으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병합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법안에 민감한 사안이 있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