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잡는 순찰차 현장에 투입됐지만 '먹통'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어 이거 왜 안 잡히지?"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가 탑재형 장비를 장착하고 과속단속에 나선 4일. 뉴스1 취재진은 직접 고속순찰차에 탑승해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 고속도로 일대를 동행 취재했다.
이 두곳은 과속차량이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경찰은 지난 3월 말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 초과해 주행하는 차량을 단속했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순찰차를 앞질러 가는 SUV차량 1대가 발견됐다. 순찰차는 해당 차량 단속을 위해 차량 뒤를 쫓았으나, 탑재형 장비가 해당 차량을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관은 "왜 작동이 안되지"라고 말하며, 제한속도 설정을 80㎞/h, 100㎞/h로, 단속거리 설정을 30m, 40m, 60m로 번갈아 가며 눌렀으나, 탑재형 장비는 속도위반 차량을 촬영하지 못했다.
순찰차는 단속을 하려던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140㎞/h 이상 과속주행을 하자 위험하다고 판단,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을 갓길에 세웠다.
경찰관은 속도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다가가 '속도를 위반했다'고 말했으나 운전자는 경찰관에게 '속도를 위반한 적이 없다. 증거를 보여달라'며 화를 냈다.
경찰관은 운전자에게 속도위반을 했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탑재형 장비가 작동하지 못해서다.
경찰관은 결국 기자가 순찰차 안에서 과속 과정을 담은 휴대전화 영상을 운전자에게 보여줬고, 운전자는 그제서야 과속을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속차량을 촬영하지 못해 계도 조치만 하고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순찰차에 설치된 단속 화면에도 문제점이 노출됐다. 선명도가 낮아 단속을 해도 분별이 어렵고, 마치 흑백TV를 보는 것 같았다. 반면 암행순찰차에 설치된 단속화면은 선명도가 높아 차량단속을 해도 분별이 쉬웠다.
암행순찰차와 달리 순찰차는 4차선이나 3차선 위주로 달렸다. 암행순찰차는 일반 차량과 같아 과속을 하는 운전자들이 발견을 하지 못하지만, 순찰차는 운전자들의 눈에 띄어 과속을 하다가도 차량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순찰차가 4차선을 주행하는 이유가 또 있다. 순찰차 레이더 센서가 좌측과 정면을 잘 잡는데, 우측에서 통행하는 차량은 감지가 어려워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순찰차에 레이더가 아닌 라이다센서를 장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라이더는 고출력의 펄스레이저를 이용해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레이저 빔의 시간을 측정, 3D 공간정보를 획득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원거리측정, 속도위반 단속에 많이 사용된다.
속도위반이 찍히는 장소도 개선해야 될 사안이다.
순찰차에 장착된 탑재형 장비는 속도 단속이 될 경우 촬영한 장소가 관할 주소지로 통보된다. 하지만 단속된 운전자들은 '저는 그곳에 간 적이 없다'며 오히려 경찰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단속시 촬영한 장소가 관할 주소지가 아닌 '인천공항고속도로 공항방면 00㎞'지점으로 나와야 민원이 줄어든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밝힌 한 경찰 관계자는 "순찰차는 고속도로에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계도 역할을 하고 있어 단속의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순찰차에 탑재형 장비가 설치된 건 하나의 업무가 과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암행순찰차량을 운행할 경찰관이 부족하다"며 "순찰차에 탑재형 장비를 설치하는 대신 암행순찰차량과 인원을 증대하는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속지점을 위치값에서 고속도로명으로 개선중에 있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탑재형 단속 장비를 단 고속순찰차 시범운영을 마치고 3일부터 본격 고속도로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현재 탑재형 장비를 단 고속순찰차는 17대로, 순찰대별로 탑재형 장비를 늘린다는 방침다. 야간엔 레이더가 개선된 고속순찰차를 운영하며 상시순찰 중 과속 단속을 병행한다고밝혔다.
교통량이 적어 과속이 우려되는 직선 형태 구간엔 암행순찰차를 병행 배치해 강력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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