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당국, 금융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 허용해달라" 요청에 규제완화 검토
금융지주 간담회서 "계열사간 정보공유 규제 완화" 요청
당국 "법규 개정 없이 규제 완화하는 방안 검토 중"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과 간담회에서 일부 금융지주가 "영업상 목적으로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2014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막혔던 '영업상 목적 고객정보 공유'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2013년 카드사 고객정보 대규모 유출 문제로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는 "내부 경영관리상 이용 목적"으로 국한됐다.
당국 관계자는 "현행 데이터 공유, 활용 규제가 워낙 강하게 돼 있으니 데이터 관련 사업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다른 것보다 우선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달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다른 당국 관계자는 "2013년 카드사에서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후 관련 법이 개정됐다. 지주회사 장점이 계열사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복원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검토하고 있는 부분으로 늦지 않은 시일 내 검토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규 개정 없이도 지주가 하고자 하는 부분을 구현할 수 있다. 법규 개정 없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해서 진행 중"이라고 했다.
당국 또한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혁신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유권해석을 통해 금융지주가 통합앱 기획·개발, 관리·유지 업무 등을 수행토록 했다. 은행에는 고객 사전 동의를 받아 계열사 등에 고객정보를 제공하려는 경우 부수·겸영업무 신고 등 별도 절차 없이 허용했다. 빅테크·핀테크, 통신·유통 등과 형평을 고려한 조처다. 당시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 법령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가 통합앱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추가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기존 고객에게는 여전히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데이터 활용까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는 등 "데이터가 금융권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업계에서는 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중은행은 국민연금·건강보험과 세금 통합관리, 본인 확인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같은 지주의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이른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도 핵심 과제다. 업계에서는 유니버설 뱅크 구축을 위해 부수업무 관련 유연한 해석, 신고의무 면제 및 고객정보 허용 등을 당국에 요청해왔다.
당국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인 점이 부담이다. 현행 신용정보법은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낸 기업에 연간 매출액 3% 과징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상한선이 50억원이라 수조원을 버는 기업들에는 '솜방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예 50억원 상한을 없애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다만 최근 금융위에서도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는 규제 혁신 방침을 밝혔다.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이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총칼로 싸웠을 때 훈련 교본과 디지털로 전쟁할 때 훈련 교본이 달라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규제도 당연히 바뀌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개혁하겠다"며 규제 합리화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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