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쟁에 지쳤다" 한 초선의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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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그냥 재선 안 하고 관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받아쳤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처음이자,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이 대거 국회에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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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그냥 재선 안 하고 관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최근 만난 한 초선의원은 계속되는 정쟁에 지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 상임위원회나 지역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기대했던 게 있었지만, 실제 국회에서의 경험은 '기승전 정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리에 동석했던 보좌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자 이내 말을 멈췄다.
여야의 정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받아쳤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처음이자,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다른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여야 갈등 수위에 국회 안팎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다. 대치가 일상화하면서 협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나 행동은 묻혀버린다. 그런 소리를 하면 '미운오리' 취급 받기 일쑤다.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서 거듭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모습이 외롭게 다가올 정도다. 친정인 민주당에서조차 '김 의장이 무리하게 법안 처리를 자제시키고 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우리경제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고,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줄 법안엔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들어 현재까지 2만488건의 법안이 접수돼 5977건이 처리됐다. 10건 가운데 약 3건만 국회를 통과했다는 얘기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이 대거 국회에 묶여있다. 현 정부가 공식 출범한 뒤로 140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33건뿐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모처럼 손을 잡았다.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국회 운영 개선 관련 법안과 민생·개혁 법안 7개를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임기 중 마지막 회동에서 거둔 유종의 미다. 오늘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21대 국회가 첫발을 뗐던 2020년 5월 여야가 한 목소리로 외친 '일하는 국회'라는 약속을 되새길 때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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