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멀어서 던지셨겠죠” 유니폼 투척에도 의연, 이의리는 팬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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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도중 뜬금없이 날아든 일부 팬들의 유니폼.
이의리는 순간 당황했고, 몇몇 팬들의 유니폼 투척이 계속 이어지며 떨어진 유니폼에 사인을 다 한 뒤에야 구단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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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이후광 기자] 퇴근 도중 뜬금없이 날아든 일부 팬들의 유니폼. KIA 영건 이의리(21)는 불쾌한 내색 없이 유니폼에 일일이 사인을 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그에게는 순간의 감정보다 팬서비스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의리. 그는 경기 후 구단 버스로 향하던 도중 머리 위에서 돌연 유니폼과 펜이 날아들며 가던 길을 멈춰야 했다. 걸어가는 통로 담벼락 위에 있던 한 팬이 “(이)의리야 사인해줘”라는 요청과 함께 아래로 유니폼을 투척한 것. 이의리는 순간 당황했고, 몇몇 팬들의 유니폼 투척이 계속 이어지며 떨어진 유니폼에 사인을 다 한 뒤에야 구단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4일 수원에서 만난 이의리는 “처음에는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떤 팬이 사인을 해달라며 유니폼을 던지셨다. 이를 주워서 사인하는 순간 여러 유니폼이 날아들었고, 이번에는 사인을 안 하고 주워서 다시 드렸는데 사인을 해달라고 다시 던지셨다. 그래서 다 해드리고 경기장을 떠났다. 처음에 혼자서 사인을 하다가 지나가던 매니저님이 옆에서 유니폼을 잡아주셨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유니폼이 날아들 때 이의리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그는 “인사를 하고 가던 도중 갑자기 날아왔는데 솔직히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거리가 안 되니까 던지셨다고 생각했다. 이에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것보다 팬을 위해 사인을 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다만 그래도 내가 달라고 했을 때 던져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내 대처가 조금 미흡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도 몰랐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프로스포츠는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하나 이번 장면은 팬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프로야구 선수가 퇴근길에서 자신을 기다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문화가 일상이 됐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선수를 향해 직접 유니폼 또는 공을 건네며 정중히 사인을 요청한다. 엄연히 선수와 팬 사이에도 지켜야할 예의라는 게 있다. 그런데 이의리 팬들의 경우 반말과 함께 선수를 향해 ‘내가 던졌으니 넌 사인을 해라’라는 식으로 팬서비스를 요청했다.
이의리는 당시 ‘팬퍼스트’ 정신으로 날아든 유니폼에 일일이 사인을 했지만 그 또한 “팬들께서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오히려 일이 커져서 좋다”라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팬서비스의 정의를 되새겨본 이의리는 “선수와 팬은 같이 살아가는 입장이다. 우리는 팬들 덕분에 야구를 하고, 팬들은 우리 플레이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신다”라며 “어느 한 쪽이 갑이 되지 않고 잘 상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KBO리그에 성숙한 팬서비스 문화가 정착하길 기원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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