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민, 좌완 상대 성장할 것” ‘서튼표’ 플래툰 시스템, 올해도 매일 시험대 오른다 [MK이슈]

2023. 4. 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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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문학 SSG 랜더스전을 펼치는 롯데 자이언츠 선발 라인업엔 지난 주말 개막 시리즈와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우타자인 내야수 정훈과 외야수 신윤후가 선발 타선에 배치된 그림이었다.

롯데 더그아웃에 붙여진 선발 라인업 종이에서 그 색깔은 더 극명하게 보였다. 좌타자를 의미하는 빨간색 줄이 야수 대기선수 명단에 가득 차 있었다. 우타 포수인 정보근을 제외한 나머지 야수 6명의 이름엔 좌타를 의미하는 빨간색이 빼곡히 칠해졌다. 상대 선발 투수인 좌완 오원석을 의식한 변화였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4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신윤후 선수는 커리어를 쌓을수록 자신이 어떤 선수이고 어떤 역할인지 잘 이해하는 듯싶다. 9번 타순에 신윤후 선수를 놓은 건 테이블 세터 역할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활발한 주루와 더불어 주자가 있을 때 진루타 생산, 그리고 좋은 수비를 기대한다”라며 플래툰 시스템의 성공을 기원했다.

부임 뒤 꾸준히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하는 롯데 래리 서튼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이날 경기는 롯데 벤치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회 초 오원석을 상대로 잭 렉스의 선제 적시타로 앞서나갔지만, 롯데 타선은 2회부터 7회까지 오원석에게 단 하나의 볼넷을 얻은 걸 제외하고 출루하지 못하는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졌다. 오원석 저격 카드로 투입된 정훈(3타수 무안타 2삼진)과 신윤후(2타수 무안타)도 결국 침묵했다.

오원석은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2022시즌 기록한 우타자(피안타율 0.269/ 피OPS 0.753)와 좌타자(피안타율 0.293/ 피OPS 0.764)의 편차가 그리 크지 않은 유형의 투수다. 경기 뒤 만난 오원석은 “오늘 롯데 선발 타선에 우타자들이 많이 배치됐는데 힘 있는 속구를 중심으로 체인지업, 커브를 잘 활용하면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훈과 신윤후의 투입이 유의미한 결과를 못 만들었다면 결과론적으로 아쉬운 선택이 된 셈이었다.

물론 이날 단 한 경기로 서튼표 플래툰 시스템을 평가하긴 이르다. 144경기 전체로 봤을 때 플래툰 시스템을 통해 유의미한 승률과 타격 지표를 보여준다면 말이 달라진다. 다만, 좌투수를 상대로도 충분히 강력한 좌타자를 배치할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롯데 벤치도 더 세밀한 데이터 분석으로 타선 운용이 가능해진다.

개막 3경기 연속 선발 리드오프로 기용된 안권수는 좌타자임에도 이날 경기에 출전해 선취 득점을 만드는 안타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안권수를 불러들인 타점의 주인공도 좌타자인 렉스였다. 이처럼 타격 자질이 돋보이는 좌타자 고승민이 좌투수를 상대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상대 투수 유형과 관계없이 좋은 타격감의 좌타 자원을 꾸준히 기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롯데 야수 고승민이 지난 주말 개막 시리즈에서 타격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고승민은 2022시즌 플래툰 시스템 아래 우완 상대로 236타석, 좌완 상대로 26타석만을 소화했다. 좌완 상대 전체 데이터 자체가 극히 적은 편이다. 서튼 감독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서튼 감독은 “지난해 고승민의 좌완 상대 타석수가 적어서 좌완 상대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한다. 고승민은 지난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투수를 상대로 좋은 어프로치와 타격감을 보여준 선수다. 좌완을 상대로도 성장할 수 있단 걸 보여줬고,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임 뒤 이어진 서튼표 플래툰 시스템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타자에 극단적으로 약한 좌완이라면 플래툰 시스템은 분명히 효과적이다. 다만, 좌·우 편차가 크지 않은 좌완을 상대로도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한다면 그 선택은 결과에 따라 곧 거센 비판으로 이어진다. 플래툰 시스템이 매일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단 뜻이다.

결국, 롯데 벤치는 운영의 묘를 통해 데이터의 함정을 부수는 플래툰 시스템 결과를 일정 기간 안에 보여줘야 한다. 좌완을 상대하는 고승민의 타석 비율이 높아질지 아니면 우타자 위주의 플래툰 시스템 운영 비율이 계속 유지될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질 전망이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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