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EO 경영승계 '국제 기준' 맞춘다…해외는 어떻게 하나

김상준 기자, 이용안 기자 2023. 4. 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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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 대표(CEO) 선임 과정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국내 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다소 단기적인 측면이 있고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에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구성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동시에 관련 공시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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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 대표(CEO) 선임 과정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국내 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다소 단기적인 측면이 있고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은행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지주를 포함한 은행의 지배구조·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밝혔다.

특히 은행권과 함께 CEO 선임 관련 국제기준·해외 모범사례 등을 참고해 업권 자율 모범규준이나 감독당국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주요 기업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핵심은 키워드는 '중장기 계획', '이사회 고(高)관여'다. 금감원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은 CEO 육성을 위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한다. 잠재적 CEO 후보군 선정, 최종후보군 선정, CEO 육성 등 3단계를 거쳐 CEO를 선임한다.

씨티그룹 일부 임직원은 4~5년 동안 각종 부서를 거치고 이 때의 실적 등에 따라 잠재적 CEO 후보군인 그룹 경영위원회(EC) 구성원으로 선발된다. EC 구성원이 되면 다양한 사업 부문에 배치돼 다시 4~5년 동안 경영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 가운데 소수가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뽑히고, 1~2년 동안 더 자회사 등의 CEO로서 전략적 역량을 검증받는다.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는 모든 과정에 적극 관여한다. 씨티그룹 이사회 내 상설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가 EC 구성원 선임과 승계 관리까지 담당한다. 지배구조위원회가 CEO 후보군 육성·코칭 의무를 경영진에 부여하고, 경영진은 후보군의 과제 수행 등에 대한 피드백을 지배구조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세계 주요 기업 가운데 'CEO 사관학교'로 꼽히는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 역시 승계 프로그램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된다. GE의 승계 과정은 최소 6년이 걸린다. 우선 경영개발·보상위원회(MDCC)가 CEO 승계 회의를 시작하면서 차기 CEO의 리더십 기준을 세고, 승계 시점을 확정한다.

GE는 차기 CEO 요건을 계속 수정한다. 시장환경 변화에 맞춘 정교화 작업이다. 내부 후보군은 현직 CEO가 세운 기준에 따라 집중 점검이 이뤄지고, 외부 후보들 역시 경쟁자로 포함한다. 이사회는 후보들과 수 차례 만난 후 최종 후보군을 선발한다. 이들은 현직 CEO에게 1대1 '과외'를 받는다. 의도적으로 투자자·언론에게도 노출시켜 외부평가를 받게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은 현직 CEO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 오면 그제서야 승계 논의가 활발해지는데, 해외 은행은 승계 논의가 상시적"이라며 "'CEO를 바꿔야 할 때' 바꾸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있을 때' 바꾸겠다는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훌륭한 차기 CEO 선임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이사회 내 담당 위원회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4일 '국내 은행지주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내부 임원, 외부 명망가 위주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현재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숏리스트를 우선 선정하고, 이들 후보군에 대한 상시적인 접촉과 의견 청취 등을 통해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을 평시에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에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구성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동시에 관련 공시도 강화한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사가 (특정 조치를) 해야 한다'만 명시돼 있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충분하게 적혀 있지 않다"며 "모범 규준 등을 만들고, (이행 현황 등이) 공시되면 실질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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