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버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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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뜬 유제품을 꼽자면 단연 버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버터 소비량은 2만6381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몇년 동안은 '명품'이란 수식어를 단 외국산 버터가 국내 미식가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인생 첫 버터의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밥에 버터 한조각을 얹고 간장을 뿌려 먹으면 다섯살 시절의 해맑던 기쁨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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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뜬 유제품을 꼽자면 단연 버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버터 소비량은 2만6381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1만7832t과 견주면 1년 만에 무려 48%가 증가한 수치다.
버터 열풍은 해를 넘겨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버터와 팥앙금을 끼운 빵인 ‘앙버터’며 프랑스산 버터로 풍미를 끌어올렸다는 <허니버터칩>은 어디서나 흔하다. 이제는 음식의 국적도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프랑스식 햄버터 샌드위치인 ‘잠봉뵈르’를 비롯해 마카롱·마들렌 같은 구움과자, 버터로 맛을 낸 소금빵, 인도식 버터커리, 버터를 얹은 일본식 우동, 버터크림빵, 발효 버터를 넣어 부드러운 맛을 내는 젤라토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버터에 밥을 비벼 먹는 이들을 위해 들깨 알갱이, 김치 플레이크 등을 넣은 버터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국산 우유로 만든 버터를 사용한다고 홍보하는 외식업체는 흔치 않다. 원가로 인한 요인이 가장 크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국산 버터의 품귀 현상이 잦은 것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형마트나 슈퍼의 버터 코너를 둘러보면 뜻밖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국산 버터는 각기 다른 브랜드와 제품명으로 판매되지만 실제 생산업체는 서울우유·롯데푸드·매일유업 등 세곳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인지 국산 버터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제과업계 관계자들의 한탄을 몇몇 베이킹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엿볼 수 있었다.
결국 남은 자리는 수입 버터의 차지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몇년 동안은 ‘명품’이란 수식어를 단 외국산 버터가 국내 미식가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현 상황에서 버터 소비량의 90% 이상이 외국산인 만큼 수입 버터는 빵·과자 외에도 한국인의 식생활 취향까지 감안한 다양한 영역에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 프랑스산 버터 브랜드와 국내 간장 생산업자가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간장 캐러멜이 순식간에 팔린 일이 있다.
뜬금없는 ‘버터 타령’에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속이 불편해 우유를 꺼리는 이들도 손쉽게 우유의 풍미를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버터여서다. 버터가 녹으며 내는 고소한 향과 입속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질감은 행복감을 안겨준다. 인생 첫 버터의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밥에 버터 한조각을 얹고 간장을 뿌려 먹으면 다섯살 시절의 해맑던 기쁨이 떠오르곤 한다. 트랜스지방이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과다한 섭취만 피하면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버터는 전체 성분의 80%가 지방이다. 심지어 버터 1㎏을 만들려면 원유 30㎏, 즉 30ℓ가 필요하다. ‘마시는’ 원유보다 ‘가공용’ 원유의 가격이 낮은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낙농업계에 당장 버터 생산 확대를 요구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유 대신 크림은 어떨까. 버터의 본질은 ‘크림’이다. 크림에서 물을 분리한 제품이 버터니 말이다. 최근 우유크림빵을 선보인 서울우유에 문의했더니 “낙농가의 어려움을 풀어가면서 버터와 크림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답했다. 2026년 대부분 주요 교역국과의 관세가 철폐되는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최근 활성화하고 있는 목장형 유가공농장에서도 버터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답을 들을 수도 있지만, 국산 우유를 더욱 많이 맛있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읊어봤다. 책상 옆에 놓아둔 일본 소설 <버터>(유즈키 아사코 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일본 버터처럼 국내에서도 더욱 다양한 버터를 즐길 날이 오길 바란다.
류수연 뉴미디어영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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