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들여 지은 송도9공구 화물차주차장 ‘그림의 떡’ [현장, 그곳&]

최종일 기자 2023. 4.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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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청, IPA ‘가설건축물 축조신청’ 민원 이유로 반려
지난해 12월 조성했지만 ‘갈 곳 없는’ 차주들 불법주차 감행
주민 핑계 방치 지적에… 뒤늦게 대체지 모색 TF구성 나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완공한 인천항만공사(IPA)의 화물차 주차장 입구에 4일 한 컨테이너 차량이 불법주차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근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해 12월에 완공한 화물차 주차장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장용준기자

 

“눈앞에 화물차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는데, 왜 못 쓰는지 답답합니다.”

4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9공구 화물차주차장 앞. 주차장 입구의 차단기는 모두 내려가 있고, 무인주차 시스템은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총 400대의 화물차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지만, 안에는 단 1대의 화물차도 없이 텅 비어있다.

반면 주차장 앞 길에는 불법주차를 한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수시로 불법주차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개월째 이 같은 불법주차는 반복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기사 김현필씨(53)는 “수십억을 들여 만들어진 곳이라는데, 우리에겐 들어가지 못하니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주차할 곳이 없으니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다”며 “벌써 불법주차로 문 과태료만 수십만원”이라고 했다. 

인천항만공사(IPA)가 송도9공구에 조성한 화물차주차장이 5개월째 텅 비어있다.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IPA 등에 따르면 IPA는 50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송도동 297의10 일대 5만㎡에 총 402면 규모의 화물차주차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이 주차장 관리를 위한 가설건축물에 대한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주민 민원의 우려가 큰데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단계를 밟고 있다는게 이유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9공구에 완공한 인천항만공사(IPA)의 화물차 주차장이 4일 텅비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근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해 12월에 완공한 화물차 주차장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경제청은 최근 IPA가 신청한 화물차주차장의 무인주차 관제시스템 운영시설 가설건축물 축조 신청을 반려했다. 앞서 인천경제청은 지난 1월 IPA의 간이 화장실 등 필수시설 가설건축물 축조신청도 반려했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뒤늦게 대체부지를 찾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IPA에 화물차주차장 대체부지를 찾고, 활용방안을 구상하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위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2021년 IPA가 이곳에 화물차주차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이를 승인했다. 시가 지난 2020년 ‘화물차주차장 입지 최적지 선정 용역’을 통해 이곳을 최적지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정작 IPA가 화물차주차장 공사를 끝내자, 되레 대체부지를 찾자고 나선 것이다. IPA 관계자는 “수십억원을 들여 만들어놨더니 이를 활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선 대체부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IPA는 인천경제청의 이 같은 화물차주차장 가설건축물 축조신청의 반려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IPA는 만약 이의신청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이 주민들의 반대 논리만 앞세워 무조건 화물차주차장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화물차들이 아파트 단지 등을 지나가지 않도록 동선을 제한한 뒤, 이후에 시와 협의해 대체부지를 찾는 형태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일단은 주민 민원 때문에 화물차주차장이 아닌 물류센터나 창고 등으로 쓰는게 좋겠다는 방침만 서있다”며 “구체적인 대책 등을 검토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어 “권익위의 조정도 나오지 않아 (IPA처럼)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당초 시가 입지를 선택한 만큼, 함께 TF에서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최종일 기자 assq12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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