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버스 안 서는 ‘무늬만 정류장’ 수두룩
시민 “폐지 안내도 없어” 분통 노인 등 ‘디지털 약자’ 더 혼란
市 “철거 등 대책 마련할 것”
“버스만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버스가 안 서면 최소한 안내표시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4일 오전 9시께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인명여자고등학교 앞 표지판형 버스정류장. 인천시가 지난해 1월 버스 노선을 바꾸면서 현재 이곳에 정차하는 버스가 1대도 없지만, 표지판에는 과거 정차하던 순환52번 버스 노선도가 붙어 있었다. 버스가 서지 않는다는 안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15분동안 52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호승씨(33)는 “스마트폰 앱을 확인하고서야 버스가 서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버스도 오지 않는데 버스정류장은 왜 그대로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경기장 앞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버스정류장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아무 버스도 정차하지 않지만, 유리벽 중앙으로 과거 운행하던 564-1번 버스 노선도가 버젓이 붙어있었다. 유진숙씨(61)는 “벌써 2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폐지한 정류장을 그냥 두면 어떻게 하냐”며 “예약해둔 병원에 늦게 생겼다”고 말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인천시가 버스 노선 변경으로 쓰지 않는 폐지 정류장을 그대로 방치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노년층 등 ‘디지털 약자’들은 스마트폰 등 온라인을 통한 버스 도착 정보 확인이 어려워 더 큰 혼돈을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와 인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인천지역 내 노선 변경으로 버스가 서지 않는 정류장은 쉘터형 6곳, 표지판형 20여곳이 있다.
이들 정류장은 대부분 1개 버스 노선만 정차하던 곳인데, 시는 노선 조정으로 제기능을 잃은 버스정류장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의 철거 업무는 쉘터형의 경우 시가, 표지판형의 경우 버스조합이 맡는다. 특히 시는 버스정류장을 철거하지 않은 것 뿐 아니라 정류장 내에 안내문을 설치하거나 버스 노선도를 떼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폐지한 정류장을 방치하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 등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폐지 정류장에도 나중에 다시 버스 노선이 생길 수 있어 비용을 아끼려 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버스가 서지 않는 정류장이 많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실태조사를 해 노선도를 제거하고, 안내표시를 하거나 철거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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