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3%대라면서...제 이자는 왜 계속 오르죠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당부와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1년여만에 연 3%대로 떨어졌지만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차주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시차 때문이다. A씨의 경우 주범은 신잔액 코픽스다. 가산금리는 같은데 신잔액 코픽스가 6개월 만에 1.79%에서 3.07%로 크게 올랐다. 3.652%에서 단숨에 4.942%로 올랐다.
코픽스는 크게 신규취급액·신잔액 기준으로 나뉘는데,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공시 전 한 달간 은행이 새로 취급한 수신 상품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 또는 하락분이 빠르게 반영된다. 반면 신잔액 코픽스는 전체 상품 잔액을 기준으로 해 금리 인상·인하 속도가 더디다.
은행의 금리 인하 혜택이 신규 대출에만 한정돼, 기존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관련 주요 커뮤니티엔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와 관련해 "도대체 어느 나라 얘기냐", "왜 내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오른 것이냐" 등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3월 31일 기준 연 3.66~5.856% 수준으로 집계됐다. 3월 초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새 하단은 0.75%포인트(p), 상단은 0.666%p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만에 처음이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19~6.706%로 한 달 새 하단이 0.73%p, 상단이 0.24%p 낮아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4.75∼6.12%로 약 한 달 만에 하단이 연 4%대에 진입했다.
대출금리가 낮아진 것은 은행들이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고, 대출 준거 금리인 시장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에 맞춰 일제히 대출금리를 0.3~0.7%p 인하하는 '상생금융안'을 발표하는 등 지난해 말부터 금리인하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 금리인 신규 코픽스의 경우 2월 3.53%로 1월(3.82%)보다 0.29%p 낮아지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인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도 지난 3월 31일 3.953%로 약 한 달 새 0.525%p 낮아졌다.
그러나 은행들의 금리 인하 혜택은 기존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이 중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활용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이미 체결된 대출 계약에서는 조정이 어렵다.
기존 대출자가 가산·우대금리 조정 혜택을 받으려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감수하고 대출을 갈아타거나 금리인하요구권 등을 행사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대형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정책을 펴고는 있지만 취약 차주에만 해당한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대개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변동금리 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해 12월부터라 아직 6개월,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높다.
예를 들어 신규 코픽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4.34%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3.82%까지 내려왔으나, 6개월 전인 지난해 7월 2.90%와 비교하면 0.92%나 올랐다. 따라서 이때 6개월 변동 주기가 도래한 차주는 대출금리가 그 이상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 차주가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려면 올해 하반기쯤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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