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키스' 김세환 "'하남자' 컬렉터? 약자 응원하는 역할 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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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연인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 병세가 악화하는 연인을 떠나고 마는 루이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와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백래시에 가담하며 비뚤어진 남성성을 표출하는 일베남(연극 '한남의 광시곡'), 끊임없는 외도로 결국 재능 있는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로 하여금 비극적 선택을 하도록 한 남편 테드 휴즈(뮤지컬 '실비아, 살다')까지... 연극배우 김세환(35)의 팬들이 최근 그의 출연작 목록을 언급하며 붙인 수식어는 '하남자 컬렉터'다.
장총을 의인화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재조명한 연극 '빵야' 등 그의 다른 최근 출연작도 주로 사회를 향해 많은 질문과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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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연인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다 병세가 악화하는 연인을 떠나고 마는 루이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와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백래시에 가담하며 비뚤어진 남성성을 표출하는 일베남(연극 '한남의 광시곡'), 끊임없는 외도로 결국 재능 있는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로 하여금 비극적 선택을 하도록 한 남편 테드 휴즈(뮤지컬 '실비아, 살다')까지... 연극배우 김세환(35)의 팬들이 최근 그의 출연작 목록을 언급하며 붙인 수식어는 '하남자 컬렉터'다. 연이어 지질한 남성을 연기한 그의 작품 선택에 대한 볼멘소리를 '상남자'의 반대어로 쓰이는 신조어를 써서 표현한 것. 그는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칠레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국내 초연 연극 '키스'에서도 친구의 여자를 뺏는 유세프를 연기한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테드 휴즈를 최대한 나쁜 남자로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 캐릭터를 미화하거나 전사를 부여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하남자 컬렉터'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반복되는 지질한 남성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스스로 춤과 노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망설이다 결정한 뮤지컬 출연이지만 테드 휴즈를 나쁘게 그릴수록 불평등한 성 역할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실비아, 살다'의 여성 서사가 빛날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는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약자의 손을 잡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내가 참여하는 공연이 사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문화예술인을 창작 지원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면서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결론은 비겁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장총을 의인화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재조명한 연극 '빵야' 등 그의 다른 최근 출연작도 주로 사회를 향해 많은 질문과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믿음을 그린 연극 '스푸트니크', 저탄소 제작을 표방한 연극 '기후비상사태' 등에도 출연했다.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때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죠. 요즘 출연작들을 통해서는 '하남자'가 되지 말자는 걸 배웠죠." (웃음)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축구를 하고 싶었던 김세환은 고등학교 입학 후 친구 따라 가입한 연극반에서 자신의 진짜 재능을 찾았다. 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상대 배우 정경호가 주연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 출연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특정 공간에서 독특한 세상을 배우와 관객이 함께 경험하는 공연"에 깊이 빠져 있다. 평생 신문기자 생활을 한 아버지를 닮아 글쓰기를 즐긴다는 그는 극작에도 관심이 많다. 40쪽 분량의 희곡도 한 편 완성했다. 꿈은 '트럭 연극'을 만드는 일이다.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을 찾아가 연극을 접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 관객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연극의 매력을 전하고 싶어요. 언젠가 짐칸이 작은 무대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같은 차가 나오지 않을까요?"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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