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해 대가 5억 약속"... 몸통 존재, 거액 오간 '머니 게임' 가능성 커져
경찰, 가상화폐 둘러싼 배후 규명 총력
조력자, 시신유기 행적도 속속 드러나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ㆍ살해를 실행한 피의자 연모(30ㆍ무직)씨가 ‘성공 보수’로 5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초 알려진 채무 탕감 액수(3,600만 원)를 훨씬 웃도는 돈이다. 또 주범 이모(35ㆍ법률사무소 근무)씨의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부가 출국금지된 데 이어, 경찰이 또 다른 관련자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범죄 시나리오의 부속품일 뿐, 이번 사건이 특정 배후의 ‘큰 그림’ 아래 다수의 공범과 조력자가 개입해 치밀하게 기획된 ‘머니 게임’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액 대가 약속받았다"
연씨의 가까운 지인 A씨는 4일 한국일보에 “범행 전 연씨로부터 ‘납치ㆍ살해 대가로 5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연씨는 성공 보수를 언급하며 “인생은 한 방”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는 황모(36ㆍ주류회사 직원)씨와 함께 지난달 29일 강남 아파트단지 앞에서 피해 여성을 직접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대학 동창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황씨는 다시 “3,600만 원 빚을 갚아주겠다”며 연씨를 끌어들였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 개요다. 살인을 목적으로 한 강력범죄 수익치곤 대가가 적다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실은 거액이 걸려 있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재력가, 코인 관계자... 진짜 배후는?
A씨는 연씨가 배후의 존재를 언급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범행을 지시한 이씨 뒤에 ‘큰손’이 있고, 거기서 활동비(착수금)가 나와 미행에 필요한 숙소와 렌터카 비용 등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4,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진 착수금 규모에 대해 그는 “1,000만 원 정도로 안다”고 해 이씨가 중간에서 일부를 가로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이씨의 범행 제의 직후 지난해 9월부터 총 7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구속된 피의자 3명의 배후 세력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씨에게 착수금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 황모ㆍ유모씨 부부가 우선 거론된다. 강남 재력가로 알려진 황씨는 P코인 투자 등으로 피해자 및 이씨와 얽혀 있다. 그는 2020년 피해자 권유로 P코인에 투자했다가 1억 원의 손실을 봤다. 피해자와 이씨는 반대로 황씨를 ‘시세조종’ 세력으로 보고 2021년 호텔에 투숙한 그를 찾아가 1억9,000만 원어치 코인을 탈취하는 데 가담했다. 당시 이씨는 P코인 투자로 8,000만 원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점차 사이가 가까워져 황씨가 한 법률사무소에 이씨의 일자리를 직접 알선해 줬다. 황씨 측은 배후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현재 이씨 변호인이자 황씨 부부의 가택침입 피해 사건을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대표는 “황씨는 지난해와 올해 이씨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면서 “해당 기간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아 밖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공모냐며 억울해한다”고 주장했다. 출국금지 역시 “집에서 멀쩡히 사업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관련자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 동남아시아로 출국한 P코인 발행 재단의 핵심 관계자 B씨인데, 경찰이 황씨 부부를 급히 출국금지 조치한 것도 B씨처럼 중요 연루자의 도주를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피해자 30분간 협박 후 살해
범행 조력자들도 수사망에 속속 걸려들고 있다. 이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씨의 아내가 다니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했다.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 액체가 이 병원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범행에 가담했다가 발을 빼 전날 입건된 20대 남성의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경찰은 연씨와 황씨의 범행 행적과 관련, 납치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3시쯤 대청댐 인근에 도착해 약 30분 동안 피해자에게 마취제를 투여하며 코인, 현금이 든 계좌정보를 알려 달라고 협박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이씨 지시로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은 5일 피의자 3명의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름, 얼굴 등의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대전=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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