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주주들 앞에 선 CS 회장 "은행 구하지 못해 정말 죄송"

파산 위기에 휩싸였다가 경쟁 은행인 UBS에 인수된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을 질타하는 주주들의 원성이 이어졌고, 은행 회장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CS는 4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한 대형 체육관에서 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잇단 투자 실패로 재무적 위기에 휩싸인 CS가 지난달 20일 UBS에 인수되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 열린 연례 주주총회입니다.

파산설이 나돌 정도로 경영 위기가 심화한 CS는 UBS에 팔린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UBS의 일부가 돼야 하는 실정입니다.

가뜩이나 폭락한 주가는 UBS의 인수 후에도 더 떨어져 투자자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입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은 이날 주총 현장에서 "은행을 구할 수 없었다.

우리를 기다릴 수 있는 선택지는 인수합병 거래나 파산 두 가지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주주들이 보내준 신뢰를 저버리고 실망을 안겨드린 점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주주들은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한 주주는 "당신들은 우리의 생계를 망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밤에 잠을 잘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주주는 '뱅스터(banksters)의 자산을 팔아라'라고 적은 재킷을 입고 주총장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뱅스터는 은행가(bankers)와 폭력배((gangsters)를 합친 말입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주총장에 나왔다는 한 대학생은 "위기 속에서도 은행에 생존 능력이 있다는 경영진의 말을 믿고 투자를 계속했지만 좌절과 분노를 맛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레만 의장을 향해 "당신이 우리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지만 당신과 우리의 차이점은 행동을 할 힘이 당신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 나온 모든 투자자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백운 기자cloud@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