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타자 김하성, 9회말 끝내기 홈런

박강현 기자 2023. 4.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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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타자의 동점포 이어 역전포
역대 첫 8·9번 연속 홈런 끝내기
샌디에이고, 애리조나 5대4 제압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벌인 MLB 홈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며 환호하고 있다. 김하성의 빅리그 통산 20호 홈런이자 첫 끝내기 아치였다. /AFP 연합뉴스

9회말 파드리스는 3-4로 뒤진 채 공격에 들어갔다. 3-3 동점에서 9회초 상대 다이아몬드백스 에번 롱고리아(38)에게 1점 홈런을 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공격은 8번 타자부터. 하위 타순이라 이대로 주저앉나 싶었다. 그런데 대타로 나온 데이비드 달(29)이 마무리로 등판한 스콧 맥고프(34)를 두들겨 4-4 동점을 만들었다. 갑자기 홈구장 페코파크가 들썩였다. 3만7602명 관중은 이제 기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9번 타자 김하성(28). 전 3차례 타석에서 땅볼과 파울 플라이로 부진했던 그는 3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5㎞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밤하늘을 가르며 공이 총알처럼 왼쪽 담장을 향하자 김하성은 홈런을 직감하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5대4 끝내기. MLB(미 프로야구) 진출 이후 처음 겪은 끝내기 홈런의 짜릿한 경험이었다. 열광의 물결 속에 그라운드를 돌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김하성에게 동료들은 뜨거운 환호와 거친 격려를 퍼부었고, 기적을 마무리한 이 코리안에게 관중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 9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해 시즌 첫 홈런을 끝내기로 장식하면서 역전승에 앞장섰다. 2021년 MLB 무대를 밟은 후 통산 20호 홈런이기도 하다. 이날 김하성과 달은 8~9번 하위 타자들이 백투백(back-to-back·연속 타자) 홈런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머쥔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통계 전문 업체 ‘옵타 스태츠(Opta Stats)’에 따르면 8~9번 타자들이 연속 홈런으로 경기를 끝낸 건 이날 파드리스가 MLB 최초다. 1969년 창단한 파드리스가 타순에 상관없이 백투백 홈런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도 팀 최초다. 김하성 개인으로서 끝내기 홈런은 국내 KBO 리그에서 2015년 6월 두산전에서 때린 뒤 8년 만이다.

2013년 5월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추신수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끝내기 백투백 홈런을 기록할 때도 앞선 타자는 대타였다. 점수도 3-4로 뒤지다 5대4로 역전. ‘코리안 데자뷔’인 셈이다.

경기 수훈 선수로 선정된 김하성은 “세 번의 타석에서 못 치다가 마지막 타석에서 (이런 상황을 연출하며) 쳐 기분 좋게 생각한다”면서 “상대 투수가 나를 볼넷으로 안 내보낼 것이라 생각해 직구 타이밍에 스윙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수훈 선수 자격으로 방송 인터뷰를 하던 중 팀 동료 후안 소토(25)와 산더르 보하르츠(31) 등이 축하의 의미로 아이스박스에 든 음료수를 끼얹어 유니폼이 흠뻑 젖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끝내기 홈런이 나오면 이렇게 하는데 오늘은 너무 셌다”면서도 “만원 관중 앞에서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영어론 ‘아이 러브 유(I love you·사랑해)’라고 짧지만 강렬한 인사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즌 타격 성적은 13타수5안타(0.385) 1홈런 1타점을 기록 중이다. 파드리스는 2패 후 3연승을 달리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3승2패·승률 0.600)로 올라섰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최지만은 이날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로 시즌 첫 안타에 시즌 첫 득점을 신고했다. 팀 동료 배지환은 결장했다. 파이리츠는 7대6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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