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 남편’ 떼고… 장항준 감독, 6년 만의 본업 복귀
6명으로 전국 농구대회 준우승한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 다뤄
“아내가 내 대표작 될 거라네요”
장항준(53) 감독은 가끔씩 드라마 ‘킹덤’ ’시그널’의 인기 작가 김은희(51)씨의 남편으로 불린다.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해서 방송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영화 연출.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했던 그가 농구 영화 ‘리바운드’를 통해서 6년 만에 본업으로 복귀했다. 이번 영화는 2017년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의 장편 연출작이다. 장 감독은 지난 31일 인터뷰에서 “아내도 영화 편집본을 본 뒤 ‘이건 오빠의 대표작이 될 거야’라고 응원해줬다”며 웃었다. 김은희 작가는 이번 영화에 공동 각본가로 참여했다.
‘리바운드’는 2012년 단 6명의 선수로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 결승까지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實話)에 바탕했다. 코트에서 뛰는 한 팀 선수가 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선수 교체 없이 대부분의 경기를 치렀다는 뜻이다. 장 감독은 “실화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당시 선수들의 키와 체중, 헤어스타일이나 코치의 말투는 물론, 광고판과 농구공, 신발까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연습 장면도 실제 부산 중앙고 강당에서 촬영했다. 그는 “10여 년 전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강당 문짝도 뜯어내고 옛 창틀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농구 용어인 리바운드는 슛을 쏜 공이 림 안에 들어가지 않고 튀어나오는 걸 뜻한다. 인생의 실수나 실패를 놓치지 않고 성공으로 바꾸려는 치열한 노력의 비유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 역시 5년 전 제작에 착수해서 배우 오디션까지 했지만 투자 유치 실패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갔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2년 전 투자에 성공한 뒤 500여 명의 배우를 대상으로 다시 한 달간 농구 오디션을 실시했다. 영화 제작 과정 자체도 ‘리바운드’였던 셈이다. 장 감독은 “스타 파워를 포기하는 모험이었지만, 배우보다는 농구 선수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유명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연진은 코치 역할 배우 안재홍과 발라드 그룹 ‘2AM’ 출신 가수 겸 배우 정진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인급이다.
‘리바운드’의 개봉일은 4월 5일. 공교롭게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삶에 바탕한 미국 영화 ‘에어(Air)’와 같은 날 개봉한다. 올해 관객 438만명을 동원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이날부터 아이맥스(IMAX) 대형 화면으로 상영한다. 한미일(韓美日) ‘농구 영화’ 대결이 벌어지는 셈이다. 장 감독은 지난 28일 언론 시사회 직후 “4월이 ‘체육의 달’도 아니고…”라며 푸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영화는 농구의 꿈을 잃은 20대 청년 코치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됐던 10대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들의 도전을 통해서 용기와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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