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美하원의장 만나기로… 中 군용기 대만해협 위협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4.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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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귀국길인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나기로 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을 봉쇄하는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대만을 위협했다.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또한 자국 내에 들어설 미 군사기지 4곳의 위치를 공개하며 미국에 동조해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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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측 “5일 LA서 회동” 밝혀… 공화당 對中 강경파 의원도 동석
中 “회동은 도발” 군용기-군함 보내… 美 “中정찰풍선, 미군 정보수집” 비판
필리핀은 美기지 4곳 위치 공개
중남미 2개국을 순방 중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3일 벨리즈에서 대만이 지원하고 있는 ‘양과 염소 프로젝트’ 시설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세계에서 13개국 남은 대만 공식 수교국 중 하나인 벨리즈 정부는 이날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카요=AP 뉴시스
중남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귀국길인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나기로 했다. 대만 총통부는 “민주주의 국가와 교류하는 것은 2300만 대만인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회동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3일 대만과의 사실상 국경인 ‘중간선’ 안으로 진입하는 등 중국의 군사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을 봉쇄하는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대만을 위협했다.

그러자 미국은 올 1, 2월 미 영공을 침입한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 군사기지에서 민감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비판했다.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또한 자국 내에 들어설 미 군사기지 4곳의 위치를 공개하며 미국에 동조해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차이-매카시, 5일 ‘레이건 도서관’ 회동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야당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 측은 “매카시 의장이 5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차이 총통과 회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공화당 내 대중 강경파 의원도 동석할 가능성이 있다.

1980년대 집권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강한 미국과 민주주의 선도국을 주창하며 당시 옛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 대립했다. 캘리포니아는 매카시 의장의 지역구다.

지난달 29일부터 중남미 순방을 시작한 차이 총통은 출발할 때 미 뉴욕을 거쳤다. 그는 같은 달 30일 뉴욕이 지역구인 집권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만났다. 이번 순방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하원 대표를 모두 만나는 셈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4일 “차이와 매카시의 회동은 ‘도발’”이라며 “도발에 맞서는 인민해방군의 모든 조치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접촉이 백악관의 묵인하에 진행되고 있다며 백악관이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가운데 4일 대만 쯔유(自由)시보에 따르면 전날 인민해방군 군용기 20대, 군함 3척이 대만 인근에서 포착됐다. 이 중 군용기 9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중국은 2일에도 대만해협 주변에 군용기, 군함 등을 보냈다.

● 美 “中 정찰풍선, 미군 기지서 정보 수집”

미국은 중국의 정찰풍선을 문제 삼고 있다. 3일 NBC방송은 올 1, 2월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 일대를 비행한 중국의 정찰풍선이 이곳에서 민감한 군사 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중국으로 실시간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전현직 미 고위 관리 3명은 “당시 중국 측이 원격으로 제어하던 정찰풍선이 ‘8자 형태’를 그리며 선회하는 방식으로 기지 위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오갔다”며 중국이 고의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비판했다. 맘스트롬 기지에는 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50여 기가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 또한 같은 날 루손섬 카가얀주의 카밀로오아시스 해군기지와 랄로 국제공항, 북부 이사벨라주의 멜초델라크루즈 육군기지, 팔라완 제도의 발라바크섬 4곳에 미 군사기지가 들어선다고 밝혔다. 루손은 대만 남부, 팔라완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와 가깝다. 이곳에 군 기지를 건설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카를리토 갈베스 필리핀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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