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연민의 ‘유령’ 조승우, 부산 휘어잡다

김미주기자 2023. 4. 5.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첫 공연 리뷰

- 13년 만에 열린 한국어 공연
- 번역투 자막 없이 편하게 즐겨

- 컨테이너 20대 분량 무대세트
- 오리지널 디자인 살린 의상들
- 3인3색 매력 ‘유령’ 배우까지
- 부산 관객들 홀리듯 빠져들어

1881년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문이 2023년 봄 부산에서 열렸다. 찬란한 의상, 신비로운 무대. 유령과 크리스틴 그리고 라울은 매혹적인 사랑을 한국어로 노래한다. 관객은 음악과 이야기에 홀리듯 빠져든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제작 에스앤코)이 지난달 드림씨어터(남구 문현동)에서 막을 올렸다. 한국어 공연은 13년 만이다. 지난 1일 오후 2시와 7시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을 모두 관람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지하 호수를 건너는 유령(조승우)과 크리스틴(손지수). 솟아오른 촛불과 자욱한 안개가 신비한 호수를 연출한다. 에스앤코 제공


▮마법 같은 무대

1막 4장 지하미궁. 거울 속 유령은 크리스틴을 자신의 은신처인 지하미궁으로 데려간다. 바닥에서 마법처럼 촛불이 솟아오르고, 자욱한 안개가 무대 가득 번진다. 일렁이는 조명은 단숨에 무대를 물안개 자욱한 지하 호수로 만들었다. 유령과 크리스틴이 탄 나룻배가 호수를 유영하듯 움직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지붕, 매니저 사무실 등 모두 22번 장면이 바뀌는 동안 30피트 컨테이너 20대 분량의 무대 세트가 활용된다.

2막 1장 새해 전야 오페라하우스 계단. 화려한 드레스와 가면을 착용한 배우들이 등장하자 관객은 낮은 탄성을 질렀다. 고혹적인 의상은 조명보다 더 반짝이고 화려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벨 에포크 시대의 철저한 고증으로 1988년 제작된 마리아 비욘슨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유지된 의상이다. ‘시대의 유산’으로 칭송받는 220여 벌 의상과 소품은 영국 호주 한국 3개국에서 제작됐다. 유령의 마스크는 한국어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3D 기술로 각 배우의 얼굴 윤곽에 맞춰 만들었다. 15m 높이 천장에서 객석으로 추락하는 1t 무게 샹들리에도 감상 포인트다.

▮매혹적인 유령

배우 조승우.


신장 체격 외모에 대한 기준이 없는 오페라의 유령 역할은 열정과 분노 천재성과 광기, 애절함과 연민을 노래하면서도 카리스마를 뿜어야 하는 고난도 배역으로 알려졌다. 부산 공연에서는 조승우 김주택 전동석이 3인 3색 매력으로 유령을 연기한다.

지난 1일 오후 2시 공연에서, 7년 만에 뮤지컬 작품의 새 캐릭터를 맡은 조승우는 천재성과 광기를 가졌으면서도 연민과 외로움이 뒤섞인 유령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2막 후반부 폭발하는 연기력은 ‘조승우가 장르’라는 세간의 평가를 입증한다.

이날 오후 7시 공연에 유령으로 출연한 김주택은 압도적 존재감을 가진 유령을 표출한다. 유령의 천재적 음악성을 적확히 표현하기 위해 바리톤의 장점을 활용해 1막 3장 유령의 등장 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뮤지컬 스타 전동석은 팬이 꼽은 ‘오페라의 유령’ 가상 캐스팅에서도 꾸준히 언급된 배우다. 조각 같은 얼굴, 목소리, 로맨틱하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유령을 소화한다. 협력 연출인 라이더 프리너는 “한국 배우들은 등장인물의 복합적 내면과 갈등을 매우 깊이 이해하고 교감했다. K-소울에 기반한 게 아닌가 싶다”며 극찬했다.

▮13년의 기다림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프로덕션은 2001년 초연, 2009년 재연 이후 13년 만에 돌아왔다. 단일 프로덕션으로 최고 수준의 무대 제작과 캐스팅 등 성사되기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었다. 업계에서는 “10년 내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이 나온다.

부산은 22년 만에 한국어 초연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더 뜻깊다. 또 서울을 제외하고 드림씨어터에서 11주간(6월 18일까지), 지역 최장기 공연이라는 도전을 시작했다. 부산은 앞서 2019년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 2개월간 10만 관객을 모으며 장기공연의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한국어 공연의 큰 장점은 당연히 언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작품 본연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의성을 갖춘 문장으로 대본을 다듬었다. 덕분에 부자연스러운 번역 투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본으로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했다. 자막을 보느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전 17개 언어로 만들어졌고, 세계 188개 도시에서 1억4500만 명이 관람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걸작 뮤지컬이다. 서울에서는 유령역에 배우 최재림이 합류해 4인 유령 체제로 샤롯데씨어터에서 7월 개막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