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이동국… 축구협 부회장·이사 전원사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최근 빚은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번에 사퇴 의사를 표한 임원은 김기홍(64)·조병득(65)을 비롯한 부회장단 전원, 박경훈(62) 협회 전무이사와 분과위원장 등 28명이다. 협회는 4일 “이들이 조만간 정식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선임된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에 관계없이 사임한 것으로 간주한다. 임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회의를 통해 전원 사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몽규(61) 회장은 사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경훈 전무는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 앞서 다수 이사들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행정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이영표·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은 3일 자정쯤 개인 인스타그램(소셜미디어)을 통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영표(46) 부회장은 “대한축구협회의 징계 사면 관련, 이사회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직에서 물러난다”며 사과했다. 이동국(44) 부회장도 “선수로서 받은 많은 사랑을 행정으로 보답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직을 맡았지만 부족함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퇴 글에는 “막지 못한 게 아니라 막지 않은 거다” “이미 사람들 마음을 잃었다” 등 비판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협회는 지난 28일 “징계 중인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힌 후 후폭풍을 겪었다. 사면 대상자 중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 조작으로 제명된 48명도 있어 비판 여론이 거셌다. 또 협회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점이 국가대표 평가전(우루과이) 시작 1시간 전이어서 ‘기습 사면’이란 논란도 자초했다. 결국 협회는 사흘 뒤인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다만 정 회장은 입장 발표 후 질의 응답 시간을 갖지 않았고 구체적인 의결 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급작스럽게 사면안을 처리했다는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 회장이 책임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애초에 사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축구계 인사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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