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속 터지네” 고구마 먹은 듯한 웹 소설 인기몰이
고난 끝에 성공하는 작품 봇물
“젊은 세대, 답답한 현실에 공감”
4년 차 공무원 시험 준비생 류건우는 또다시 시험에 떨어지고 술을 마신다. 그런데 잠에서 깨 보니, 낯선 천장이 보인다. 멋진 외모와 몸에 빙의해 다시 태어난 것. 그런데 1년 안에 아이돌 데뷔를 못 하면 죽는다는 미션을 받는다. 살기 위해 아이돌 경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웹소설 서비스 업체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작년 6월부터 이달까지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현대 판타지 분야 일간 순위 3등 안에 지속적으로 들었다. 주인공 생일에 맞춰 지하철 역에 축하 광고가 붙을 정도로 인기다. 요즘 웹소설의 단골 소재인 이른바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 기반이지만, 주인공이 훌륭한 능력과 배경을 갖춘 기존 작품들의 서사와는 사뭇 다르다.
대다수 웹소설과 웹툰 주인공은 작년 드라마로도 제작된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회빙환을 통해 이전의 기억과 능력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특징이 있다. 초반부터 ‘사이다’처럼 시원한 전개로 크게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치 ‘고구마’를 먹다가 목에 걸린 것처럼 주인공을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다 같은 작품이 쏟아지면서, 차별화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초반부의 고난과 성장 과정이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준다는 매력이 있다.
또 다른 웹소설 ‘무림세가 천대받는 손녀 딸이 되었다’는 전생에서 가정 폭력으로 죽었더니 자신이 읽던 무협소설 속 인물로 태어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소설 주인공이 아니라 비중 없는 조연급 악역에다가 집안에서 모두에게 외면받는 다섯 살로 태어난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됐고, 최근 동명 웹툰이 다시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시리즈에서 웹툰으로 최근 제작된 웹소설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도 마찬가지다. 판타지 세계에서 고생해 본래 세상으로 돌아왔더니, 입영통지서가 날아와 있다. 기존에 갈고 닦은 힘도 거의 사라져 버린 시점에서 입대를 하는 서사. 이 작품들은 주인공이 성장하며 해피 엔딩을 향해 가지만, 그 길이 굴곡져서 다음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처음부터 악당을 물리치거나 영웅이 되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꼼꼼한 전개가 더 현실적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답답한 현실에 오히려 젊은 세대 독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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