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 분당M타워...작년에만 6조, ‘알짜 빌딩’ 쓸어담는 외국자본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지상 15층 오피스 건물인 ‘삼환빌딩’이 최근 2230억원에 팔렸다. 인수자는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케펠자산운용이었다. 이미 서울 여의도 파이낸스타워와 종로 한누리빌딩, 영등포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 등을 매입하는 등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힌다. 케펠자산운용은 인수 후 삼환빌딩의 이름을 ‘INNO(이노) 88 타워’로 바꾸고, 전면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이런 매물이 나오면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들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이번에는 외국계 자본과 일부 국내 자산운용사만 입찰에 참여했다”며 “최근 들어 핵심 지역의 빌딩이 매물로 나오면, 외국계 사모펀드와 외국계 부동산 투자 회사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알짜 오피스 빌딩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미·중 갈등 후 중국에서 빼낸 투자금 등으로 비교적 안전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에서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6.7%에서 지난해에는 12.1%까지 늘었다.
◇알짜 빌딩 사들이는 외국 자본
올해 초 경기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핵심 지역에 있는 오피스 빌딩 GB1과 GB2가 나란히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벤탈그린오크에 팔렸다. 원래 이든자산운용 등 국내 투자 회사 소유였지만, 미국계 투자사에 매각된 것이다. 매각 가격은 지상 11층 GB1이 2660억원, 지상 9층 GB2는 1180억원이었다. 판교테크노밸리 중심에 위치한 이 빌딩에는 게임 관련 벤처 기업 등이 입주해 있어 공실이 거의 없는 알짜 빌딩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 인접한 현대인베스트먼트 소유의 19층짜리 빌딩 웨스트게이트타워도 최근 2280억원에 미국 투자 회사 하인즈에 매각됐다. 서울 여의도의 신한투자증권타워(옛 신한금융투자타워)도 국내 투자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은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매각됐다. GIC는 국내에 이미 서울파이낸스센터(SFC)와 더익스체인지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GFC) 등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외국계 자본이 국내 주요 오피스 빌딩을 사들이면서,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규모는 크게 늘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컬리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자본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은 5조9480억원으로 2021년(3조7910억원)과 비교해 57% 증가했다. 이는 2018년 6조7890억원 이후 최대였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 주요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중 갈등 이후 중국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이고 아시아 내에서 대체 투자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이런 자금이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온다”고 말했다.
◇풍부한 자금력 앞세워 공격 투자
국내 오피스 빌딩 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비중이 커진 것은 상대적으로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전에는 행정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 투자자들이 판교 알파돔이나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등에 투자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연기금들은 부동산 대신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처를 바꾸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해 서울 여의도 IFC 건물 인수를 추진했지만,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선 ‘부동산 투자가 비생산적’이라는 이유로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에 부동산 투자를 줄이라는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부동산 투자로 손실이라도 나면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기 때문에,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안전한 자산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 투자 자본은 자기 자본이 풍부해 금리 상승의 영향을 덜 받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컬리어스’의 장현주 이사는 “외국계 기관들은 자금력에서 한국 기관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매입한다”며 “신흥시장과 비교해 한국 오피스 빌딩은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하는 만큼, 당분간 외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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