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정의와 희망을 심는’ 식목일

허행윤 기자 2023. 4.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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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졌다. 국민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때였다. 군인 출신의 젊은이가 나무를 심자고 제창했다. 그런 끝에 땅을 옥토로 바꿨다.

덴마크의 엔리코 달가스(1828~1894) 얘기다. 그렇게 국민 영웅이 됐다. 그의 조국이 당시 유럽의 강대국이었던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전한 시기는 1864년이었다.

그는 “밖에서 잃은 것들을 안에서 되찾자”며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의 열성에 감동한 국민들은 마침내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었다. 국토는 푸른빛으로 바뀌었고 덴마크는 부흥의 기틀을 다졌다. 유럽 버전의 식목일이었다.

그로부터 1세기 남짓 지난 1953년 8월 한반도의 상황도 비슷했다. 포화는 산림도 비켜가지 않았다. 숲은 극도로 황폐화됐다. 대대적인 녹화사업이 펼쳐졌다. 나무 심는 날도 지정됐다. 온 국민이 봄이면 산에 나무를 심었다. 연례행사였다. 필자도 초등학교 때 매년 이맘때면 그랬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때 선생님이 그러셨다. “푸르름을 심는 거란다”

사실 나무 심기는 전통적으로 동양의 개념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공자와 맹자, 노자 등 기원전 400여년 전 중국 대륙을 섭렵했던 철학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식목의 목적은 미래를 심는 것이고 그래야 정의와 희망이 살아난다”고 주창했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고 잘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치고 삼국통일을 이루던 날이 음력으로 4월5일이었다. 조선시대 성종이 세자와 문무백관을 이끌고 선농단에서 제를 지낸 뒤 주변의 산이나 들에 나무를 심었다. 우리나라 식목일의 기원이다. 농사적으로도 뜻있는 날이고 나무 심기에도 좋다.

올해 식목일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정의와 희망을 심자. 요즘처럼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암울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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