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국민 고통 분담 외면하는 식품업계
휴일인 지난 2일 정오쯤 집 근처 중국 음식점을 찾았다.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에게 짜장면을 시킨 뒤 무심코 식탁에 놓인 메뉴판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메뉴판 가장 상단의 짜장면은 9000원, 그 밑에 짬뽕은 1만원이었다. 직원에게 “짜장면값이 많이 올랐네요”라고 하자 “더 올려야 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짜장면 1만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 후 10여분 만에 식탁에 놓인 짜장면은 뭔가 부족해 보였다. 짜장면 위에 올려주던 오이채가 빠진 것이다.
그뿐인가.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과 햄버거·치킨 등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민 간식인 치킨도 3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그제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는데 보통 3000∼5000원인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3만원에 육박한다.
외식·가공식품 등 먹거리는 지난해부터 전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7.5%로 전체 물가 상승률(4.8%)을 크게 웃돌았다.
식품·외식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때문에 원·부자재 가격, 물류 비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지난해만 해도 유가 상승에 밀 가격이 치솟으면서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기습 감산’을 발표할 정도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산유국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가 출렁이긴 했지만 미국 등 각국의 인플레이션 잡기 정책으로 지난해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반입되는 밀 수입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69만4000원)로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하락해 지난달 평균 수입 가격은 449달러(약 57만5000원) 수준이다. 전쟁 발발 전 가격대로 내려온 것이다. 그러나 한번 오른 식품·외식 가격은 내리기는커녕 인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식품업계는 이미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 SPC삼립,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연간 매출 3조원을 넘겨 기존의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3조원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덕분이다. 이 사이 주요 식품업계 오너들은 매출 실적 덕분에 수십억∼수백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국민들에게 고물가 고통을 전가하고 식품업계는 ‘돈 잔치’를 한 셈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오를 때는 신속하게 가격을 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고 소비자의 원성을 듣는다. 그래도 시차를 두고 기름값을 내린다. 식품·외식 업계는 소비자가 ‘손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는지 국제 물가 변화에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부의 가격 통제에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펄쩍 뛰면서 소비자 고통 분담에는 둔감한 모습이다. 식품업계가 열 올리는 ‘K푸드’ 마케팅 또한 소비자 부담만 키우는 것 같아 탐탁지 않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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