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첫 휴대폰 통화’ 주인공 “그때 경쟁사는 카폰 개발에 집중했지”
개발자 쿠퍼, 최초 상용 휴대전화기 원형으로
경쟁자 ‘벨 연구소’ 소장에 전화…‘승리 선언’
"지금 손에 휴대전화기 들고 이동하면서 통화하고 있다."
1973년 4월 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길거리에서 당시만 해도 ‘작은 회사’였던 모토로라의 선임연구원이던 마틴 쿠퍼(94)는 대형 통신회사였던 AT&T 산하의 벨 연구소 소장 조엘 엥글(87)에게 전화를 걸었다. 쿠퍼는 자신이 모토로라에서 막 개발한 휴대전화 초기모델로 경쟁자에게 전화를 걸어 ‘첫 휴대전화 공식 통화’라는 개발경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AT&T는 세계 최초로 전화기 특허를 획득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전화회사를 모태로 하는 세계적 기업이었나 첫 휴대전화 통화 타이틀은 모토로라에게 빼앗긴 셈이다. 당시 통화를 회상하던 쿠퍼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전화기 건너편의 상대방은 침묵하기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아마 그때 엥글은 이를 갈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는 모토로라에서 첫 휴대전화를 개발했을 시기 벨 연구소는 휴대전화 대신 자동차에 설치하는 ‘카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쿠퍼는 AT&T의 그런 노력에 대해 "우리는 (전화를 걸기 위해) 100년 간이나 구리선에 의해 집이나 사무실에 붙잡혀 있었다"며 "벨 연구소는 그때 다시 우리를 자동차에 붙잡아두려고 했던 것이다. 믿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영미 언론에 따르면 쿠퍼가 당시 사용한 휴대 전화는 이후 10년 뒤 공식 출시된 세계 최초의 상업용 휴대전화기 ‘다이나택 8000X’의 프로토타입이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의 기준으로 다이나택 8000X는 ‘휴대하기 불편한’ 전화기일 수밖에 없다.
다이나택 8000X는 우선 길이 25cm에 달하고 무게도 1.134kg이었다. 요즘은 노트북PC도 1kg 미만의 모델이 흔하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미국 애플의 최신형 아이폰은 무게가 200g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또 다이나택 8000X는 100% 충전 시에도 통화 시간이 최대 35분에 불과해 애써 휴대하고 다니는 보람도 크지 않았을 법하다. 게다가 1983년 3월 6일 첫 출시 당시 가격은 무려 3900달러(약 510만 원)로 현시세로 환산할 경우 약 1만2000달러(약 1700만 원)에 해당한다고 BBC는 전했다.
당초 시카고에 소재했던 모토로라는 1960년대에 시카고 경찰청이 제작 주문한 양방향 무전기 시스템을 토대로 이 전화기를 만들었다. 쿠퍼와 7명의 동료는 1973년 10월 17일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전화기·통신타워 네트워크 포함 ‘무선 전화 시스템’ 특허를 받았으나 상용화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쿠퍼와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개발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라 현재 이동통신기술의 원형이 됐다고 BBC는 평가했다. BBC는 "첫 번째 (휴대전화) 통화의 기본 작동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전화기는 사용자의 음성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전파를 변조해 기지국에 전달하고 기지국은 사용자의 음성을 통화 상대방에게 보내면서 이 과정을 거꾸로 하면 상대방이 사용자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퍼는 첫 휴대전화 통화를 계기로 한 CNN 인터뷰에서 "1970년대에 모토로라는 AT&T의 전설적 연구기관 ‘벨 연구소’에 앞서 휴대전화기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들은 세계 최대 규모 회사였고 우리는 시카고에 있는 작은 회사였다. 그들이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첫 통화에 성공한 후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제조 문제와 정부 규제 때문이었다"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제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퍼는 휴대전화 첫 통화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시점, 과거 자신의 예견이 맞았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는 세상으로 바뀐 것에 놀라지 않는다"며 "예전에 우리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죽은 것인 날이 올 것이다’고 말하곤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쿠퍼는 FCC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토로라에서 첫 휴대전화기를 개발하고 첫 통화까지 성공했지만, 그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아이폰으로 갈아탔다고 한다. 쿠퍼는 "애플워치로 수영 기록을 확인하고 보청기는 아이폰과 연결해놓았다"며 "기술 발전이 인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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