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이사진 총사퇴”
정몽규 회장 리더십 ‘시험대’에
대한축구협회가 승부 조작범들에게 기습 사면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책임으로 이사회 총사퇴라는 강수를 꺼냈다.
협회는 4일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오늘(4일)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퇴에는 정몽규 회장을 제외한 이사진이 승부 조작범 48명을 포함해 100명에게 사면을 시도한 것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있다. 실무 책임자인 박경훈 전무와 전한진 사무총장도 물러나게 된다. 이사진은 가까운 시일 내에 정식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에 상관없이 사임이 확정된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제2차 이사회에서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의 사면을 의결한 바 있다. 100명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이 포함됐다.
당시 협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계기로 축구계 대화합을 사면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승부 조작을 저질렀던 이들에 대해선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협회는 3월31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면을 철회하는 촌극을 벌였는데, 결과적으로 사면에 관여한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게 됐다.
총사퇴 발표 전에는 일부 임원들이 먼저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이동국 부회장과 이영표 부회장,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 사태로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지금껏 자신을 보좌했던 이사진이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는 부담 속에 협회를 재건해야 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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