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woke’는 또 뭐지?
2000년대 후반 뉴욕 특파원일 때 뉴저지 초등학교를 다니던 딸은 필자가 “메리 크리스마스” 하면, “아냐.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라고 고쳐주곤 했다. 유대인 기념일인 하누카, 흑인의 기념일인 콴자 등도 12월에 있기 때문에 기독교 명절인 성탄절 축하만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2012년 뉴욕시 교육청은 ‘공룡’ ‘생일’ ‘수영장을 갖춘 집’ 같은 용어를 시가 주관하는 시험 문제에 쓰지 말도록 했다. 공룡은 창조론을 확신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를 불편하게 하고, 생일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기념하지 않으며, 수영장 있는 집은 가난한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대학은 성(性)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의 치어리더 활동을 금지시켰다. 당사자인 여학생들이 반발했지만 대학은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희생된다”며 묵살했다.
▶'트럼프 열광’의 배후엔 도를 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입 밖에 꺼내지 못하던 것을 트럼프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말하겠다”며 PC 반대 공격수로 나섰고,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트럼프 대신 등장한 민주당 바이든은 다시 PC로 갔다. 사우디 빈 살만이 언론인 살해에 연루됐다고 비난해 80년 가까운 미-사우디 동맹에 균열이 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결과, 대학이 PC에 집착하는 진보·좌파에 점령됐다는 인식 탓에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없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과도한 ‘PC주의’에 염증이 난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워키즘(wokeism·깨어있는 척 하기)’이라고 조롱한다. 원래는 깨어있다(wake)의 과거분사(woken)를 도시에 사는 흑인들이 ‘워크(woke)’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했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 있자는 뜻으로 썼다. 하지만 PC가 도를 넘자 이는 비아냥거리는 용어로 변질됐다. 보수층에선 아예 ‘awake, not woke’라는 문구를 만들어 보수 집회에서 쓰고 있다. 깨어 있되 좌파 정치 운동과는 거리를 둔다는 뜻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미디어 혁명이 파괴한 위선의 제도화’란 논문에서 과잉 PC의 문제점을 “사람들이 PC를 심리적 면죄부로 삼는 것”이라고 한다. 행동은 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든 시민단체든 그들이 “정말 깨어 있나”를 보려면 말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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