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 상수원 고갈… '호남'만의 문제 아니다

김고은 기자 2023. 4. 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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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역대급 가뭄… 서울·지역언론 모두 비중있게 보도

광주일보는 4일자 신문 1면에 ‘비(雨)’ 예보를 상단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에 직면한 광주·전남 지역에 단비가 되어줄 소식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이 유례없는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남부지방 가뭄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무조정실과 기상청 주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간된 ‘2022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전국 평균 156.8일이었는데, 남부지방은 227.3일로 중부지방(81.7일)의 약 3배에 달했고, 특히 전남은 281.3일로 관측 이래 최장 기간 가뭄을 기록했다. 2022년 한해 광주·전남에 내린 비의 양은 854.5mm로 평년 대비 60.9%에 그쳤으며, 지역별 연강수량에서 전국 꼴찌였다.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진 ‘트리플 딥 라니냐’에 따른 해수면 온도 변화와 북태평양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남부지방까지 하강하지 못해 여름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3월 한 달간 광주·전남 지역 주요 일간지 1면을 종종 장식한 건 메마른 강과 땅이었다. 호남 지역이 관측 이래 최장 기간 가뭄에 시달리면서 지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선 물 관리 및 공급 등 가뭄대책을 펴는 것과 별개로 시민들을 향해 물 절약을 당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남부 지역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지역 신문들만 펴봐도 알 수 있다. 3월 한 달간 광주·전남 지역의 주요 상수원인 댐과 하천 등이 말라버린 모습이 하루가 멀다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무등일보는 광주지역 식수원인 동복댐의 저수율 현황을 신문 1면에 배너 형태로 알리고 있다. 4일 기준 동복댐 저수율은 18.45%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역시 광주·전남 지역의 주요 물 공급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17%대까지 떨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뭄에 지역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안감은 크다. 이대로 가뭄이 장기화하면 대도시인 광주에서도 30년 만에 제한 급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게 몇 달 전이다. 완도와 신안 등 전남 도서 지역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2일 급수, 6일 단수 등의 제한 급수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은 ‘시민 1인당 20% 물 절약’ 캠페인이나 ‘생수 기부 챌린지’ 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봄철 영농기에 들어선 농가의 시름이 깊다. 광주·전남 지역 한 기자는 “먹는 물은 아직까진 문제가 없는데, 이제 밭갈이하고 씨 뿌리는 철이 돼서 가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 전남도나 이런 데서 대비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비가 안 오면 힘들다고 농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남일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이대로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식수 부족으로 민심이 크게 동요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위기감이 치솟자 광주시와 전남도는 물론이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잇따라 가뭄대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광주·전남지역 생활·공업 용수 대책을 지난달 28일 발표한 데 이어 31일엔 윤석열 대통령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이 전남 순천의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가뭄 상황을 살펴본 뒤, 3일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을 설명했다.

중앙 언론들도 최근 현장 르포 등을 통해 남부 지역 가뭄 상황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가뭄이 부산·대구 등 영남 지역과 충청권으로 확대되면서 해당 지역 언론들도 “남 일 아니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가뭄의 원인과 대책으로 4대강 보를 지목하며 전 정권 책임을 주장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최황지 전남일보 기자는 4일 칼럼에서 “광주·전남의 가뭄이 영산강 보를 해체한 탓일까, 아님 지역의 치수 대책이 후진적인 것일까. 이같은 문제제기는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 남탓 공방으로 문제의식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남부지방의 이례적인 가뭄은 전 정권의 정책 실패라고 해석하기보다, 향후 빈번하게 발생할 국지성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통합 물관리의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며 “전 국토의 물은 하나라는 인식으로 물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무등일보도 사설에서 남부지방 가뭄을 “기후위기의 일상침공”으로 규정하며 “현재 남해안지방을 중심으로 극단적 가뭄과 같은 기후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언제 중부로, 위쪽 지방으로 급진전할지 알 수 없다”면서 “광주·전남의 가뭄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국을 뒤흔들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당면 문제 해결뿐 아니라 향후 장기 대응에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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